1·8공구 토지비용 2000억원 웃돌아
상업시설 건설 불가피 … 政 지원 필요
시민단체 "정부 투자하고 LH 빠져야"
▲ 9일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인천내항 일원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 인천항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시와 해양수산부가 9일 발표한 '인천 내항 일원 마스터플랜'에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나 재원 부담방안이 빠져 있다.

정부 지원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한 건물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민 위한 개발이 아닌 '아파트 잔치'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정부 지원 거의 없어 … 아파트 개발 불가피

9일 시와 해수부에 따르면 이번 마스터플랜 개발 비용은 공기업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해수부도 이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지원을 하더라도 일부 사업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그칠 전망이다. 많아봐야 1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민간(공기업) 투자가 원칙이며 일부 사업을 보조할 순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는 불가능하며 민간이 투자하고 수익을 얻어 공공시설을 만드는 형태로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재원 투자 없이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마스터플랜 1단계인 내항 1·8부두 개발은 이미 지난 2015년 3월과 2016년 5월 민간투자 유치에 나섰다가 수익성이 낮아 무산된 적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구도를 시·인천항만공사(IPA)·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기관 중심으로 재편했지만, 많은 비용이 투입될수록 수익성은 낮고 사업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1·8부두 토지비용을 공시지가로 따져도 2000억원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사업을 하려면 이 땅을 사들여야한다. 공공시설 비율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키려면 시설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해양문화지구인 1·8부두에 수익을 내기 위한 아파트나 상업시설 건설이 불가피한 셈이다.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내항과 바다 되찾기 시민모임은 이날 오전 비전선포식장 앞에서 '고밀도 아파트 민자개발 획책하는 LH는 빠져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시위를 벌였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저마다의 논리로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실질적인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결국 돈 때문에 LH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 해양수산부가 국비를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주민 반응 엇갈려

상인들은 마스터플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항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요즘 장사가 안 된다. 유동인구만 늘어난다면 매우 찬성이며, 아파트든 상업시설이든 뭐든 들어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아주 좋다. 사람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반면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동화마을 주민 김모(50)씨는 "사람이 너무 많이 다니면 환경이 나빠진다. 동화마을도 그랬다"라며 "주말에도 너무 시끄럽고 쓰레기가 늘었는데 더 그럴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내항 인근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김모(19)씨도 "지금도 차가 너무 밀리는데 앞으로 더 그럴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박진영·김은희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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