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18~24일)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체면을 구겼다. 대회 선수촌장을 맡은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이 지난 1일 음주사고를 냈다. 대회 개막을 불과 2주일 앞두고 말이다. 개탄스럽다. 현 감독은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탁구 스타이다. 그래서 현 감독의 경솔한 처신을 두고 시선이 곱지 않다. 사고 직후 현 감독은 조직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조직위는 곧바로 후임 선수촌장 물색에 들어갔다. 후임으로 황연대 박사를 서둘러 선임했다. 선수촌장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원활한 대회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 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현 감독을 통해 일정 부분 대회 흥행을 기대 했던 것도 사실이다.

현 감독이 북한의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과의 친분 때문이다. 현 감독과 리 서기장은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우승을 일궜다. 당시의 감동 스토리는 영화 '코리아'로 제작되기도 했다. 현 감독이 선수촌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들의 재회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장애인아시안게임 전체 흥행에도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 감독이 선수촌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리 서기장과의 공식 재회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됐다. 기대감 역시 물거품이 됐다. 현재로선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주요 이슈를 찾기도 쉽지 않다.

앞서 조직위는 지난 3월 당시 조직위 사무총장이던 A씨가 공무원 시절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사퇴하는 바람에 큰 홍역을 치뤘다. 시는 고위공무원 출신을 후임자로 임명해 가까스로 조직을 추스른 뒤, 차분히 대회를 준비해 오던 터였다. 대회 막바지에 이른 아시안게임도 시작부터 운영 미숙으로 혼쭐이 났다. 조직위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직위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인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회를 앞둔 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는 이를 교훈 삼아야 한다. 그동안 준비해 온 행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대회 전부터 선수촌장의 불미스런 일로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조직위는 서둘러 이번 돌발사태를 잘 수습해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