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 복도에서 치료를 받는 팔레스타인 부상자./사진=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이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물과 연료가 바닥을 드러내며 결국 우려대로 가자지구 내 의료 체계가 붕괴하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폭격과 공습으로 인한 부상자와 폭격을 피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가득 찬 데다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공급품마저 끊겨 한계에 내몰렸다.

현지 의료진과 국제구호 기관들은 "가자지구 내 환자들은 마취제 없이 수술을 받고,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없어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수술대에 눕고 있다"며 "소독제마저 떨어져 궁여지책으로 식초까지 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메드하트 압바스 국장 역시 "비상 발전기를 가동할 연료조차 없어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이 당장 타격을 입고 있다"며 "수술을 받아야 할 심각한 부상자들이 아주 많지만, 의료용품이 공급되지 않고 있고, 의료진들은 탈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환자들은 병원 복도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며 "일부 수술 환자는 마취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의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물 부족으로 제대로 소독할 수 없어 의료진은 수술용 장갑과 장비까지 재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았거나 폭격 위험에 처한 이들까지 병원으로 피신한 터라 수백 명의 인파가 복도에서 생활하며 단 1개의 화장실을 나눠 쓰는 등 위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가자지구 내 30% 병원이 운영을 멈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디언은 가자지구 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 있는 병원 20여 곳이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철수하라는 통보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최근 이집트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에 제한된 양의 의료용품이 전달되는 길이 열렸지만, 이스라엘은 정작 대부분의 병원이 위치한 북부엔 의료용품 전달을 불허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군 공격을 앞두고 가자지구 북부 절반을 통으로 비울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 보장이 미흡"해 가자지구 북부에 연료나 의료용품을 전달이 불가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 7일 이래 연료 공급이 끊겨 발전기는 물론 식수 공급에 필수적인 담수처리공장 등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구호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집트 국경을 통한 원조 물품에 연료도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근 일었으나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4일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연료를 작전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자지구로 연료 반입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섬멸을 공언하며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지속하고 지상전을 준비하면서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의료체계 붕괴로 민간인 희생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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