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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가수 화사 /사진제공=핀터레스트

“I love my body, that's my body, I love my body 생김새 하나하나 난 꽤나 괜찮아”(화사 I Love My Body 가사 中에서)

인기 가수 화사가 야심차게 선보인 솔로곡, ‘I Love My Body’에 등장하는 가사다. 노래 가사 내용 그대로 ‘외모지적’, ‘외모간섭’을 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일침을 날리고 있다.

지난 7월 베트남의 유명 인플러언서 ‘응우옌’이 자신의 개인 방송을 통해 한국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응우옌은 “외모지상주의는 한국에서 큰 문제다”며 “한국의 성형수술 통계는 한국에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최근 만연해진 외모지상주의 사회 안팎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개개인이 타고난 외모의 형태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오늘날. 新외모지상주의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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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갑질119에서 선보인 '직장인 비너스의 탄생' 퍼포먼스/사진제공=직장갑질119

▲외모지적, 구애갑질 멈춰

코르셋 꽉 조이고, 가슴에 뽕도 우겨 넣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하이힐, 눈코입 화려한 풀메이크업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7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비너스의 탄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직장인 비너스의 탄생’ 퍼포먼스는 직장 내 외모지적 행위를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규율화 하기 위한 시도였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이들은 코르셋을 바짝 조인(꾸밈노동을 의미하는 신조어) 판넬을 향해 갑질 사례들을 덕지덕지 붙였다.

“남자들은 머리묶은거 좋아해”, “대표님 쌈 좀 싸드려”,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해” 등등 외모지적 사례들이 공개됐다.

이들은 외모지적이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 취급하고 차별하는 직장 문화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성차별적 조직일수록 외모, 말투, 행동, 표정,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평가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을 향한 외모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퍼포먼스는 언론매체에서 크게 다뤄졌다. 외모갑질이 만연한 사회에 경종을 울린 행동으로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해당 퍼포먼스를 기획한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팀 김세정 노무사는“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이번 퍼포먼스를 추진하게 됐다”며 “기대한 것과 달리 해당 퍼포먼스 이후 악플세례가 이어졌다. ‘페미들 피해망상 시작됐네’, ‘미모를 무기로 삼는건 누구냐’ 등 여전히 보이지않는 장벽속에 여성들은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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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 사이즈 모델/사진제공=핀터레스트

▲뚱뚱해도 괜찮아

깡마른 몸매가 대우받던 모델 씬에서 빅사이즈 또는 플러스사이즈 모델의 등장은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2018년 지나치게 마르거나 가슴이 풍만한 여성 모델만 앞세워 지탄을 받아 폐지됐던 미국의 한 유명 패션쇼에서 올해 3월 트렌스젠더 모델과 빅사이즈 모델을 무대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해당 브랜드 매장에서는 뚱뚱한 마네킹을 비치하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마른 여성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제시하던 미국의 완구회사 마텔사도 일찍히 ‘플러스 사이즈’ 바비인형을 내놓으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빅사이즈 모델, 플러스 모델을 선발하는 대회나 행사가 많아지면서 마른몸매를 선호하던 풍조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여전히 플러스 모델들의 장벽은 높다. 지난 3월 보그 비즈니스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의 2023년 A/W(가을·겨울) 시즌 패션쇼 219건의 의상 9137종을 분석한 결과, 미국기준 0~4(한국기준 XS)사이즈가 95.6%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마른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 사이즈에 해당하는 플러스사이즈는 불과 1%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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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사이즈 바비인형/사진제공=핀터레스트

▲외모차별금지법

현대사회에 만연해진 외모지상주의는 또 하나의 차별을 야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모 차별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 또한 생겨나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 5월 고용 및 공공시설에서 키와 몸무게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외모차별금지’ 조례안을 시행했다.

해당 조례안은 고용 및 공공시설에서 인종, 성별, 연령, 종교, 성적 취향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할 것을 명시한 조례안에 ‘체중과 키’ 항목이 추가됐다. 조례안을 발의한 숀 아브레우 뉴욕시의원은 “살이 찐 나를 다르게 대하는 것을 알아차렸다”며 “고용주들이 뚱뚱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는 이 법이 뉴욕시 뿐 아니라 뉴저지와 매사추세츠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현재 외모 차별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다만 2020년에 발의한 ‘포괄적차별금지법’안에 ‘외모’가 복합적으로 포함돼 2018년 당시 일본지역에서 일던 여성복장규정개선을 요구하는 ‘구투’ 운동에 힘입어 남인순 의원이 ‘근로자 등에게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복장의 착용을 요구하는 등 성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에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인터뷰]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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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가 청소년들의 외모지상주의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대면 활동 활성화를 통해 내면의 중요성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지면서 외모나 겉으로 보이는 정보만으로 상대방을 파악하려 하기 때문에 내면의 중요성을 알리는 과정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 교수는 “10대 청소년기는 어느 때보다 주변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청각을 자극하는 매체들이 발달하면서 청소년들은 많은 시간 매체들에 접촉한다. 특히 요즘 같이 SNS 문화가 발달한 사회에서 외모는 가치 판단에 중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소년들이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감추려 하거나 마른 몸매를 위해 학교 내 급식을 결식하는 등 외모지상주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송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청소년들의 ‘가상 청중’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가상청중’ 반응이 나타난다. 가상청중은 아무도 자기한테 관심이 없는데 마치 연예인인 양 모두가 나만 주목하고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하는 태도를 의미한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주변 반응에 민감하고 외모에 집착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심화되면서 내면의 가치나 중요성을 강조한 활동들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한창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수학여행이라던가 수련활동 등 청소년들의 대면 활동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개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래 반응에 민감한 만큼 다양한 대면 활동을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 때 겉으로 보이는 외형보다 개인의 말투, 태도, 행동, 성격 등을 고려한 가치 판단 훈련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팀 김세정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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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팀 김세정 노무사가 직장 내 만연한 갑질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외모 지적도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인식 개선과 외모갑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이 외모지적을 경험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김세정 노무사는 직장 내 외모갑질을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노무사는 “젠더,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오늘날에도 외모지적 등이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모지적은 성희롱 같은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외모지적 또한 직장 내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노무사와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팀은 외모갑질이 동료를 동등한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성적인 존재로 취급하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이 ‘여성다운’ 또는 ‘남성다운’것에 대한 자신의 편견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마치 그것을 꾸짖을 권리가 생긴 것처럼 자연스레 외모갑질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외모갑질의 경우 노동자의 인격을 침해하는 괴롭힘이 분명하지만 실제로 이를 예방하고 규율하는 정책적인 부분이 매우 미비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김 노무사는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성차별적 괴롭힘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매뉴얼에 포함해 이러한 행위 또한 위법한 행위임을 명백히 알리고 규율해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아울러 “행위 발생 시 사업주 등 고용인에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외모지적이나 외모갑질 행위가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사실에 대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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