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 GPT에 못생긴 외모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

“예쁘면 고시 3관왕 하는 것과 같아”, “잘 생기면 다 오빠야” “예쁘고 잘생기면 다 용서돼”

현대사회에서 잘 생긴 외모, 예쁜 얼굴은 권력이자 특권이다. 챗 GPT에 예쁘고 잘생긴 외모의 기준을 물었다. 그러자 ‘일반적으로 대칭 있는 얼굴을 말한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멋진 외모의 장점에 관해 묻자 사회적 이점이 있다고 응답한다. 다른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대로 못생긴 외모의 정의를 물었을 뿐인데 챗 GPT는 못생긴 외모로 사회적 편견과 취업 시 불이익이 있다며 비교적 단호한 답변을 내놨다.

실제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9명은 인생에서 외모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모 중시 현상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풍조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과 가설들이 있다. 시각이 80% 이상 발달한 원시 인간의 신체적 특성이 현대사회에서도 습성으로 남게 돼 외모를 중시하게 됐다는 진화론적인 관점이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즉각적인 파악이 필요해졌고, 이 때문에 외모를 중시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됐다는 가설도 있다.

개인의 사소한 외모콤플렉스에서 시작한 외모지상주의의 도래는 사회적 문제들을 양산하면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극심한 외모 경쟁과 외모콤플렉스가 낳은 외모지상주의의 민낯. 오로지 외모만을 절대적 가치라고 말하는 사회. 외모가 곧 등급이자 계급인 대한민국. 우리 사회는 지금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다.

▲성형공화국

외모지상주의 대한민국 앞에 자석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는 ‘성형공화국’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성형수술 경험 및 목적과 미용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한 이유 조사’에서 조사 대상 3520명 중 11.7%가 ‘성형 수술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성형경험이 있는 이들 중 93.4%가 미용을 목적으로 수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형수술 경험은 1994년 2%에서 2004년 5%, 2015년 7%, 2020년 10%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응답자가 성형수술을 의료 목적보다 미용 목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성형은 하나의 트렌드이자 자기계발의 수단으로 인식돼 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외과적 수술의 위험성을 도외시하게 됐고 성형수술의 오남용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부작용들이 잇따라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성형수술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미용성형 관련 피해자 신청 건수는 2019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570건이며 그중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분쟁은 225건이다.

성형수술을 내세운 대출 상품도 등장했다. 성형외과의 문턱은 점차 낮아지고 마치 성형수술을 가벼운 미용시술 수준의 보편적인 행위로 여기는 문화도 확대되고 있다. 낮아진 문턱은 성형중독을 야기한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성형수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강상윤 경희의료원 성형외과 전문의는 “과장된 광고에 현혹돼 맹목적인 성형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오로지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성형보다는 환자 본인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은 치료의 목적으로 보고,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출처=핀터레스트
▲ 사진출처=핀터레스트

▲외모 사춘기

외모에 대한 고민은 청소년기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옮겨가는 과도기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발달을 급격하게 경험하게 되면서 정서적, 생리적 변화를 겪는 시기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신체 중에 외모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게 되고 그 시대의 미적 기준과 사회문화에 자신의 신체적 우열을 지각하면서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시기 외모에 대한 평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아개념과 사회성 발달 등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매우 중요한 잣대로 인식된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기 아이들은 미디어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TV방송부터 인터넷 방송, 웹툰, OTT 등 다각화되는 미디어 속 미의 기준들은 청소년들의 미적 기준이자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미디어에 비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지나치게 마른 몸을 완전한 미의 기준으로 종종 제시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대중매체에서 비치는 마른 체형을 미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면서 신체 만족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스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무분별한 외모 지상주의는 청소년의 외모와 관련한 가치관은 물론 정체성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0대의 성형외과 시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유명 성형 전문 병원인 아이디병원이 10세부터 29세까지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방문 추이를 조사한 결과, 10대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시기인 11월에 병원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눈 성형 시술에 문의가 가장 많았고 2020년 대비 2021년에는 10대 환자가 112.22%로 크게 늘었다고 보고했다.

10대들은 성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성형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범죄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

직접 성형비용을 목적으로 음란영상물을 판매하거나 성관계 등 성매매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또 성형비 지원을 미끼로 미성년자를 꾀어내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기 외모의 만족도는 자아존중감, 사회성, 학업성취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낮은 외모 만족도는 그릇된 가치관으로 표출되면서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학교폭력실태-소셜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이버따돌림 유형별 예측 모형’ 연구 결과를 보면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진 청소년은 온라인상에서 집단따돌림을 주도하거나 타인을 비난하는 등 공격성향이 강해진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외모 만족도는 성장기 아이들의 행복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권리보장원이 2022년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과 만 10세이상 18세미만 아동 13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아동권리인식조사결과 27.3%에 해당하는 376명이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18.1%가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 중 25.3%는 외모나 신체조건 때문에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체발달과 정서 발달이 이뤄지는 청소년기 자존감 트레이닝을 위한 상담 커리큘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개인주의가 늘어나는 만큼 외모로 단편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집단 대면 활동 프로그램을 늘려 내면 자존감 회복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명 '나비약'으로 알려진 디에타민. /사진제공=약학정보원

▲나비약의 유혹

지난 2018년 경남 하동에서 버스 안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 안에서 20대 여성 A씨가 버스에 탑승한 승객의 목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것. 이 사건의 특이점은 A씨가 평소에 다이어트 약을 복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자신의 몸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늘면서 기적의 다이어트 약으로 불리는 일명 ‘나비약’ 열풍이 일고 있다.

나비약은 마약성 식욕억제제의 일종으로 암페타민 계통의 화합물인 펜터민을 지칭하고 있다. 나비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는 약물 중 하나이다.

특히 이 약물은 일반적인 다이어트 기능성 식품들과 달리 극적인 효과를 불러오면서 오남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각종 부작용까지 속출하면서 처방과 복용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나비약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적절한 처방없이 남용할 경우 중독을 일으킬 뿐 아니라 환청이나 환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경희대·아주대 공동연구팀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만3700여건의 비만치료제 사용 후 부작용을 분석한 결과, 인과 관계가 확인된 4168건 중 펜타민이 1385건으로 가장 많았다.

더욱이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나비약을 구하려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범죄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 3월 서울 노원경찰서는 일명 ‘나비약’을 SNS를 통해 되판 혐의로 15명을 입건했다. 이들 중 3명이 10대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지난 2월에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주겠다며 10대에게 대가로 유사성행위를 요구한 남성이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대검찰청에서 발행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마약 사범은 1만8395명으로 확인됐고,이 중 10대 마약사범도 481명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2018년에 비해 4배 이상 10대 마약 범죄율이 높아지면서 마약 범죄에 저연령화 증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10대 마약사범의 대부분이 마약성 식욕억제제인 펜타민을 구매한 것으로 발표하면서 마약성 식욕억제제의 무분별한 남용에 대해 제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이항 경기도마약퇴치본부 감사는 “마약류에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청소년들도 어렵지 않게 온라인으로 펜터민이나 졸피뎀 같은 합법성 마약류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며 “외모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에 마약성 식욕억제제를 구하려는 아이들이 늘면서 범죄도 늘어가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합법적 마약류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보건의료인의 윤리의식 함양과 법과 제도로써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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