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과정을 보면 국가와 도시 사이에는 끊임없는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보이지 않는 투쟁이 이어져 왔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는 전쟁기재의 역할을 해왔고, 도시는 성장의 소재지로 활동했다. 다시 말해, 국가는 군비가 축적되면 영토 확장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도시는 전쟁을 지원하는 성장 도구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 제국이 붕괴하면서 아테네가 함께 몰락했고, 로마제국이 무너지면서 대도시 로마의 쇠퇴를 가져왔다.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국력이 도시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는데, 이런 원리를 무너뜨린 사건이 바로 글로벌 사회의 도래다.
정보통신기술과 물류운송시스템의 발달이 초래한 '시·공의 압축현상', 1989년 동구권 붕괴로 인한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형성된 글로벌 사회는 국가기능을 무력화시켰다.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는 글로벌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너무 작은 단위인 동시에 글로벌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에는 너무 비대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글로벌 사회가 도래하면서 급속한 성장을 보인 곳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와 홍콩이다. 싱가포르·홍콩은 글로벌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하지만 글로벌 변화에 신속히 대응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부상하였다. 홍콩·싱가포르는 도시지만, 그냥 도시가 아니라 자치권을 보유한 도시(city state)이다. 그리고 홍콩은 엄밀한 의미에서 중국 도시로 자치권이 중국으로부터 보장(허용)된 도시지만, 싱가포르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말 그대로 도시국가이다. 이런 작은 도시국가가 전 세계 강대국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다.
근대사회에는 국가경쟁력이 도시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지만, 21세기 글로벌 사회에는 인과관계의 역전현상을 가져와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홍콩과 싱가포르는 보여준다. 그래서 중국 굴기의 기반을 만든 덩샤오핑(鄧小平)은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 1,000개를 세우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었다면, 인천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글로벌 사회, 도시들 사이에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하였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존 레넌이 말했다. 인천시민이 모두 하나가 되어 초일류도시 인천을 만드는 꿈을 꾸면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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