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불도저시장으로 불렸던 김현옥 서울시장(1966∼1970)은 '도시는 선이다.' 구호를 외치며, 당시 350만이 살던 서울의 한강, 여의도와 영동지구 개발을 밀어붙였다. '도시는 선이다'는 구호는 방사형 도로나 외곽순환도로 등을 포함한 도로교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말인데 김현옥과 친분이 두터웠던 소설가 이병주가 처음 썼다고 한다(전주일보, 2017.10.31 기사 참조).

도시에서 길, 도로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도시는 선(길)만 있는 게 아니다. 선이 있기 전에 점이 있고, 점이 모여, 선을 만들고, 선들이 그어져 면적이 되며, 면적 위에 건물이 들어서 입체적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도시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점, 선, 면, 입체 공간이 잘 그려져야 하며, 마무리 과정에서 공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달라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적절한 활동이 적절한 공간에 적절한 모양으로 채워져야 시민이 편리하고, 자긍심을 가지며, 사랑받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바로 우리가 사는 인천에서 적절한 활동이 적절한 공간에 적절한 모양으로 채워지고 있는가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주택이나 아파트는 개인 서식지이기 때문에 시장기능을 통해 건설·거래, 수요·공급된다. 문제는 인천시민이 모두 이용하는 공공시설이 적절한 공간에 적절한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가이다.

우선 인천시청을 보자. 구월동 언덕 위 구석진 곳에 자리해 중심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시립박물관은 어떤가? 산(연수구 청량산) 자락에 숨어있어 무슨 비밀기지인가 느낌이 든다. 미추홀시립도서관은 어디 있는지 아는 시민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도대체 도서관을 이용하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인천시민들에게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창업마을 드림촌'은 어디에 지으려 하는가? 용현동 SK아파트 구석진 곳이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최선의 공간인가?

다른 도시를 살펴보시라! 공공시설은 빈 공간이 있다고 아무 곳에나 짓는 게 아니고, 정말 최적지를 선택해 지어야 시민들이 이용하고 사랑받는 공공의 공간, 만남의 공간, 교류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즉, 공간과 활동이 조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빈 공간이 있다고 거기에 공공시설을 짓지 말고 최적지인지 고민 좀 하자.

이제 도시는 선을 넘어, 입지가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을 정책결정자는 명심하기 바란다.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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