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칭우 인천일보 경제부장·인하대학교 겸임교수]

372년부터 시작된 한중 교류
지금까지 정체·회복기 반복

미중 갈등·코로나19 여파로
인천~중국 하늘·바닷길 위축

침체된 항공·카페리 노선 확대
도시간 다양한 교류 방안 모색
▲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70%를 처리하는 인천신항. 인천항은 2030년 세계 30위권 항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70%를 처리하는 인천신항. 인천항은 2030년 세계 30위권 항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1990년 중후반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덮친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외국인 투자유치의 중요한 정책적 수단으로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y Zone) 정책을 도입한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물류 인프라에 신도시 건설이 가능한 인천의 송도, 청라, 영종을 물류 및 관광단지, 국제업무와 지식기반산업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정책에 따라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지정돼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사료에 명시된 인천~중국 교류는 3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격적인 교류는 1992년 한중 수교가 시작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Airport), 2004년 이후 본격적인 외항시대를 맞은 인천항(Seaport)을 기반으로 인천은 트라이포트, 펜타포트 정책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동아시아 거점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인천은 중국과의 교류·협력이 중요한 과제다.

 

372년부터 시작된 인천∼중국 교류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인천은 대외교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한반도∼황해~중국을 잇는 중심축에 위치한 백제는 372년(근초고왕 21년) 중국을 오갈 때 능허대(凌虛臺·인천시 연수구 옥련동)를 활용했다. 사료에 명시된 인천의 첫 '개항지'인 셈이다. 2023년은 인천항 개항 1651주년, 1883년 근대개항으로는 140주년이 된다.

황해를 통한 왕래는 고려시대에도 이어졌다. 고려는 예성강을 타고 영종도의 경원정(慶源亭)에서 항해를 시작했고, 송은 대운하를 따라 황해를 오가며 교류했다. 경원정은 영종국제도시 구읍 뱃터나 용궁사 인근으로 전해진다. 그 무렵 영종도∼강화도∼예성강∼개성은 해상 교통의 젖줄이었고, 중국을 오가는 중요한 국제항로의 길목이었다.

지난 2000여년간 한국과 중국은 협력과 전쟁을 수없이 겪었다. 20세기에 들어서 양국은 왕정체제를 벗어나 민주공화국과 인민공화국을 각각 수립했고, 1950년 6·25전쟁에서 격돌했다. 한국의 북방정책과 중국 개방정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1992년 8월 한중 수교로 교류를 재개했다. 한중수교 및 재교류를 기반으로, 한국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021년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로 선진국에 진입했으며,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21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서 중진국에 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및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올 4월 IMF 1인당 명목 GDP 기준으로 한국은 3만3393달러로 세계 33위, 중국은 1만3721달러로 세계 6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한국과 중국은 19~20세기의 몰락을 극복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회복했다.

북쪽 육로와 바닷길이 모두 막혔던 인천은 한중수교를 계기로 본격적인 해운·항만 중심도시로 성장했으며,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더불어 항공과 해운이 발달한 동아시아 물류거점도시로 발돋움했다.

 

▲ 인천국제공항~중국 취항도시 및 항공노선은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을 운항하는 중국 항공사. /인천일보 DB
▲ 인천국제공항~중국 취항도시 및 항공노선은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을 운항하는 중국 항공사. /인천일보 DB

하늘길

한국과 중국은 2015년 12월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중국 웨이하이시를 한중 FTA 시범도시로 지정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 양상이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갈등의 격화로 최근 십수년 한중 간 교류는 정체기와 회복기를 반복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항공여객 정기편을 기준으로 2019년 6월과 올해 6월을 비교해 보면 코로나19와 미중갈등, 한중갈등 등의 여파로 인천∼중국 하늘길이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2019년 6월 36개 도시, 6938편, 113만4024명 여객에서 2023년 6월 28개 도시, 3850편, 47만512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그나마 올해 1월 20개 도시, 528편에서 5월 22개 도시, 3557편으로 대폭 늘어난 수치다.

한중이 동반자 관계로 재설정되기 위해서는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여객 100만명 이상 처리하는 중국 공항 70개에 대해 모두 항공노선을 개설해야 한다. 항공여객 30만명 이상 중국 공항 57개 중에서 최소 30여개도 항공노선을 개설을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6년 체결한 항공자유화협정 발효를 위해 양국이 노력하고, 민간인사증면제협정 체결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 컨테이너 화물과 한중카페리.
▲ 한중카페리.

바닷길

동양 최초로 갑문시설을 갖춘 인천내항 제4부두가 1974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시설을 도입하면서 컨테이너 시대를 열었다. 인천항에서 1976년 이후 2020년까지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4341만TEU에 달한다. 2005년 인천항 최초로 100만TEU를 돌파하고, 9년 뒤인 2013년 200만TEU, 4년 뒤 2017년 300만TEU를 달성한다. 이 기간 대중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5년 66만5000TEU에서 2020년 197만4000TEU로 196.8% 증가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치 185.5%를 웃돌았다. 비중은 58.0%에서 60.3%로 높아졌다. 올 8월 기준 카페리 10개 항로 포함 70개에 이르는 인천항 컨테이너 정기선 라인 중 중국항로는 카페리 포함 27개 항로에 주당 50기항차에 이른다. 중국~대만~홍콩, 중국~일본을 포함할 경우 30개 항로다.

한편 한중수교 2년전 1990년 9월15일 위동항운의 골든브릿지호가 한중간 뱃길을 열면서 한중카페리는 한중수교의 초석이 됐다. 인천과 중국은 10개 카페리 항로를 통해 2019년 102만7019명의 여객이 이용하며 인적교류 및 물류의 중심으로 한중 교역의 한 축을 맡아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여객운송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올해 인천과 자매결연 30주년을 맞는 톈진항로는 선령 초과 등의 이유 2020년 이후 전면 중단됐다.

 

▲ 컨테이너 화물.

한중, 인천-중국 교류 협력 과제는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진행중인 4단계가 완공되면 연간 7300만 여객이, 5단계 공사가 조기 착공·완료되면 1억600만 여객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 3대 공항으로 발돋움이 예상된다. 항공화물도 500만t 이상을 처리하는 세계 2대공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인천신항 1-2단계가 정상운영되면 2030년 500만TEU이상을 처리, 세계 30대 컨테이너 항만 진입이 전망된다. 한중 교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인천은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이에 8월 한중수교 31주년을 맞는 올 하반기 인천은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된다.

한중간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천∼중국 간 항공노선을 100여개 수준으로 개방해야 한다. 10개로 고정된 인천∼중국 카페리 노선과 30개 컨테이너 항로를 보다 확대하고, 백령∼중국 초쾌속여객선 노선도 추가해야 한다. 외교관 및 공무 비자 면제에 이어 민간인 비자 면제, 항공자유화협정 발효도 양국간 긴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올해 자매결연 30주년을 맞는 인천-톈진의 사례처럼 지방정부간 교류는 회복되어야 한다.

▲ 김칭우 인천일보 경제부장·인하대학교 겸임교수
▲ 김칭우 인천일보 경제부장·인하대학교 겸임교수.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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