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서울시립대 시대중국연구센터장·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필요
다층·다원적 면모 제대로 이해
청년 세대 간 교류 이어져야

복합위기 시대 더 넓게 보고
새로운 아시아 질서 상상력 발휘
글로벌 문해력 갖춘 인재 육성을

이른바 반중의 시대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중국 기회론이 잦아들고 중국 위협론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한국 사회는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이 증가했고, 특히 청년 세대의 반중 감정이 최고조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 전환기에 당면한 현시대에 반중 감정을 넘어서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인식이 절실하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과 서로 마주 보는 양자 관계 속에서 기회와 위협을 찾았다면, 이제는 좀 더 너른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높은 불확실성의 시대, 미래를 책임져나갈 청년 세대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 2022년 인차이나포럼에 참여한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 /사진제공=인차이나 포럼
▲ 2022년 인차이나포럼에 참여한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 /사진제공=인차이나 포럼

복합위기 시대, 더 넓게 한중관계 바라보기

현 세계질서는 높은 불확실성에 처해 있다. 안보, 경제, 금융, 생태·환경, 감염병 등 수많은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양산하는 글로벌 복합위기(Global Poly Crisis)는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중국과의 좋은 시절이 탈냉전과 세계화라는 번영의 시대에 기반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더욱 새로운 관점들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포퓰리즘의 증대와 동아시아의 애국주의·민족주의 고조가 위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복잡한 것을 너무 단순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차분한 대응을 준비해 볼 필요가 있다. 복합위기에 대응하려면 개별 국가 수준을 넘어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위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담론과 실천이 절실하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최근 한중관계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된 말이다. 누군가는 친구가 아니라 이웃이라고도 한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사를 하지 않은 이상, 중국과의 기본적인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과거의 우리가 중국과 서로 마주 보고, 서로의 안에서 동질성과 기회를 찾고자 노력했다면, 미래의 우리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글로벌 질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작년 11월 '아시아와 중국 대화'를 주제로 하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주관한 국제회의에서도 한중관계를 넘어서는 아시아 지역 차원의 더 넓은 범위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 전문가의 의견이 모였다. 특히 회의에서는 미래를 책임질 청년 세대의 교육과 교류가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우리 청년들, 중국에 입체적인 인식 가져

글로벌 복합위기 시대를 맞아 우리의 청년 세대를 육성할 환경은 매우 불만족스럽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틀에서 미국을 택할 것인가, 중국을 택할 것인가라는 '선택형'으로 몰아간다. 선택의 결과 또한 새로운 글로벌 질서로 나아가기보다는, 기존의 낡은 질서를 되풀이할 뿐이다.

언론보도는 반복적으로 우리 청년 세대가 반중 감정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서울의 310명 대학생에 대한 한 조사의 결과를 보면 우리 청년들이 중국에 대해 보다 입체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알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57.1%에 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중국에 '관심이 있다'라는 응답 역시 46.1%에 달했다. 중국은 적도 친구도 아니란 답변이 65.6%에 달했고, 협력해야 한다는 답변은 86.8%나 되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중국에 관한 관심이 있고 관심 분야 역시 다양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언어, 문학, 문화 등 인문학 외에도 정치, 경제, 외교 등 사회과학적 관심, 디지털과 IT 등 최신 분야에 관한 관심도 상당했다. 자연계 학생들 또한 당장 중국에 진출하진 않더라도, 자신의 전공과 전문 분야와 관련하여 중국을 고려하고 있었다. 과거 차이나 붐의 시대만큼은 아닐지라도, 이미 우리 청년 세대도 새로운 변화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 2022년 인차이나포럼에 참여한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즐겁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차이나포럼
▲ 2022년 인차이나포럼에 참여한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즐겁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차이나포럼

인천, 글로벌 문해력(Literacy) 갖춘 인재 플랫폼으로

중요한 건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지, 친중도 반중도 아니다. 우리 청년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의 정치체제로 환원되는 단순하고 정형화된 이해가 아니라, 중국의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면모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할 '차이나 리터러시'(China Literacy)다. 중국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이다. 중국의 다양한 시각과 실천의 맥락을 글로벌 시야 속에서 파악하되 한국의 시각에서 이를 종합하고 체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주요 국가 수준에 올라선 지금, 우리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와 매력적인 사회를 만들어내는 데 보다 적극 이바지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역량을 키워내는 과정은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활발한 교류의 경험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친중과 반중, 미국과 중국이라는 진영론적 사고를 넘어서야 하고, 지정학적 사고를 넘어 새로운 아시아 및 글로벌 질서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존의 상식과 논리를 넘어서 보다 창의적, 혁신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하나의 목소리(one voice)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인천은 중국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의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인천은 세계적인 문호도시로서 역사적으로 아시아와 세계의 길들을 이어내며 만들어낸 수많은 교류의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황해권, 동아시아, 아시아 및 글로벌 등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시민사회 내 축적해오는데 선도적이었다. 한중관계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시아 및 글로벌 질서 창출에 기여하는 미래 세대의 육성을 위해 인천시와 시민들의 한 걸음이 절실하다.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 또는 문식력으로 번역되는 용어이다. 글을 읽고 쓰는 기초적인 능력을 가리키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정보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획득한 지식을 활용해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으로까지 의미가 확대되었다.

▲ 윤종석 서울시립대 시대중국연구센터장·중국어중국학과 교수
▲ 윤종석 서울시립대 시대중국연구센터장·중국어중국학과 교수

/윤종석 서울시립대 시대중국연구센터장·중국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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