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국내 거주 등록 외국인 125만명 중
중국인 42만9000명…전체 34.2%

재한 중국인, 양국 잇는 소중한 자산
인천은 개항장·차이나타운 통해
도시외교 펼치고 발상의 전환을
▲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전통문화행사에서 화교가 중국 전통 사자춤 공연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전통문화행사에서 중국 전통 사자춤 공연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은 다각적인 관계를 맺어왔으며 양국 인적 교류 역시 활발히 이뤄졌다. 2023년 5월 말 기준 국내 거주 등록 외국인 125만명 가운데 중국인(재중동포 포함)이 42만9000명으로 전체의 34.2%에 달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7만5978명으로 전국에서 5번째로 많으며, 특별·광역시로만 보면 서울 다음으로 많은 이들이 살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활발한 인적 교류

한국에 건너와 삶을 영위하는 많은 중국인은 대부분 코로나 기간에도 한국을 떠나지 않고 이국 땅에서 일군 터전을 지켰다. 한중 미래 세대인 재한 중국 청소년 역시 적지 않다. <2022 인천교육 통계연보>에 따르면 인천지역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국 학생은 983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42.7%에 달한다. 중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 1416명까지 더하면 그 수는 2000명을 훌쩍 넘는다. 인천의 중·고등학교에도 약 966명의 중국 학생(다문화가정 자녀 포함)이 재학하고 있다. 인천의 대학에도 중국인 유학생 870명이 있으며 전체의 29.3%를 차지한다. 인하대 중국인 유학생이 714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인천대, 경인교대, 인천가톨릭대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전공별로 살펴보면 인문사회 분야가 656명으로 전체의 79.6%이며 공학을 전공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127명(15.4%)이다.

한중 수교 초기의 밀월기를 거쳐, 시간이 갈수록 양국 간의 갈등과 마찰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 또는 중국에서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양국 국민 모두에게 사뭇 불편한 상황이다. 상대국에 거주하는 양국 국민은 서로 거울 역할을 한다. 재한 중국인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도 우리 안의 중국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정부와 국민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낯선 이국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었을 이웃으로 보고 좀 더 다가서기보다는 혹시 관리와 통제의 대상인 이방인으로만 여긴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안의 중국, 발상의 전환 필요

한국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중국인은 우리의 사정에 밝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소식을 상호 전달하는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한중 양국을 잇는 메신저인 이들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안의 중국인에 관심을 두는 내향형 공공외교가 필요하다.

한중 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공공외교라는 말을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공공외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상대국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외교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바꾸고 호감을 불러일으키려는 매력 공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공외교는 상대국으로 직접 가서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홍보하는 일로 간주하곤 했다. 이런 외향적 공공외교마저 코로나19로 사실상 중단되었다.

▲ 2019년 10월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한중 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제7차 한중 공공외교포럼이 열렸다. /사진제공=한국 외교부
▲ 2019년 10월1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한중 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제7차 한중 공공외교포럼이 열렸다. /사진제공=한국 외교부

또래와 함께 공부하며 소중한 학창 생활을 보내는 재한 중국 청소년들, 인천 대학에 유학와 미래의 꿈을 키워 나가는 중국 청년들.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노동자와 비즈니스맨 등. 이제부터라도 이들을 공공외교의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야 한다. 한국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재한 중국인은 양국을 잇는 가교이자 메신저이며, 미래 한중관계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제는 눈을 돌려 우리 안의 중국에 주목, 내향형 공공외교로 나아가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중을 이어온 인천, 내향적 공공외교 선도 기대

재한중국인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과 조직적 소통을 강화하여 새로운 공공외교를 펼쳐야 한다. 인천은 내향형 공공외교를 선도할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동아시아의 지중해인 황해는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잇는 문명의 바다였고 그 중심에는 인천이 있었다. 인천은 근대에는 개항장과 차이나타운을 통해 그리고 지금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해 한중을 연결해 온 문호도시이자 개방적 국제도시이다.

“All Ways INCHEON”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시의 홍보 표어처럼 인천은 한중 양국 국민의 마음을 잇는 도시 차원의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톈진직할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인천시는 환발해 권역의 칭다오, 옌타이, 다롄 등과 연달아 우호관계를 맺었고 이후 중국 서부 내륙의 충칭, 동북의 선양 등으로 협력 지역을 넓혀왔다. 이제는 눈을 돌려 함께 살아가는 '우리 안의 중국'을 향해, 인천의 매력과 진심을 표현하는 내향형 공공외교를 선도해 나가야 할 때이다.

▲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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