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인천 아트북페어 한켠엔 처음과 처음이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첫 북페어 참가한 안희선 작가는 자신의 첫 책을 소중히 내보였다.
기억처럼 빛이 바래져도 우릴 지탱해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안 작가의 첫 그림책은 이별 후 남겨진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쳐 두려움에 삼켜지는 일보 직전, 동굴에서의 우연한 만남.
이들의 만남은 결국 이별로 종결되지만, 그 이별이 절대적인 온기를 담고 있는 만큼 단순히 슬픔으로만 치부될 수는 없다.
안 작가는 우리가 헤어짐의 과정에서 남겨진 사람일 수도, 또 떠나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부디 조금은 다정해보자고 말하는 듯하다.
검고 푸른, 그리고 하얀색으로 칠해진 그의 책은 특히 질감이 독특한데 눈을 만졌을 때 느낌을 구현해내고 싶어 심혈을 기울였다고 안 작가는 말했다.
또 가로로 유독 긴 책 역시 넓은 동굴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 만큼 책을 펼쳐 그림을 봤을 때 독자분이 그 공간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글 위치까지 꼼꼼히 배열해 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책이 도서관에서 많은 이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꿈 때문에 출간 준비 과정에서 개인 출판사 등록까지 하는 열정을 보인 안 작가는 앞으로도 이런 '물성'이 느껴지는 그림책, 나아가 그래픽 노블까지 출간해 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안 작가를 꿈꾸게 하는 불꽃이 무엇인지 묻자 "좋은 이야기를 듣고 봤을 때 제 안에 그것이 부딪치면서 뭔가 불꽃이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며 "제 바깥의 자극이 제 안으로 흡수돼 저를 채워주고, 또 저 자신을 넓어지게 만들어주는 그런 과정에 지금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언제나 그 너머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안희선 작가가 만들어낼 캔버스 위 기억들은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빛"을 보여줄 것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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