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들이 모이고 그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때, 스파크가 튀죠." (단춤 작가)
"주변에서 해준 다정한 말을 모으다 보니 이렇게 책까지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소운 작가)
"제 창작물에 대해 타인과 직접 교감을 나눌 때 다시 또 나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이연수 작가)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불꽃이요? 좋아하는 마음이요!" (조아앤하지 작가)
▲ 당신의 곁에서 용기와 위로가 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 되고 싶다는 작가 단춤 씨 (@danchoom, 인스타그램)
▲ 당신의 곁에서 용기와 위로가 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 되고 싶다는 작가 단춤 씨 (@danchoom, 인스타그램)

5년차 만화가이자 인형제작자인 단춤 작가는 9일 열린 2023 인천 아트북페어 처음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테이블엔 독립출판물인 『나를 위한 자리』, 『긴긴밤』, 『두터운 마음』 등과 나란히 작가가 애정을 듬뿍 담아 제작한 상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북페어 참여 자체가 처음이라 잘 준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말한 단춤 작가에게 이번 아트북페어 주제인 일상을 되살아나게 하는 가벼운 불꽃에 관해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저는 엄청 일상적인 것에서 스파크가 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일상들이 모이고 그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때 그것이 제게 불꽃이 된다고 할까요.

 

단춤 작가가 일상 속 장면을 꾹꾹 선명하고 다정히 담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듯하다.

1인 독립출판사로 에세이 『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를 출간한 작가 소운은 유학 후 찾아온 슬럼프 동안 100일 동안 100글자씩 글을 써 모은 다음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데 이러고 있어도 된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의 일상이 꽤 근사해졌다고 말하는 작가 소운(@esowun)
▲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데 이러고 있어도 된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의 일상이 꽤 근사해졌다고 말하는 작가 소운(@esowun)

인천에 사는 친구들 덕분에 이번 북페어를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고 밝힌 소운 작가는 유학 시절 직접 찍은 사진들로 만든 엽서북 『10월 19일의 뉴욕』으로 자신의 감성도 선보였다.

슬럼프를 겪던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그대로 있어도 된다는 주변의 다정한 말들이 제게 여기까지 오게 해준 불꽃이 되었습니다.

 

▲ 유독 아트북페어 관람객 중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이연수 작가와 냇길 (@natghil)

이번 인천아트북페어 참여를 위해 무려 제주에서 올라와 준 귀한 이연수 작가.

어느새 4권까지 출간된 이 작가의 『너와 추는 춤』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테이블 앞에 붙여놓은 어린이 팬아트를 가리키며 무척 행복하다고 말한 이 작가는 "새로운 곳에서 그 지역에 사는 독자분들을 만날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하게 된 이유 묻자 "직접 독자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이 작가는 이는 창작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불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도 너무 감사하지만

직접 만나 눈을 맞추고 느껴지는 호응과 교감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저를 또 나아가게 하죠.

▲ 고등학교 동창인 작가 조아(@look.fondly)와 일러스트레이터 하지(@midsummer_haji)는 함께 인스타툰(@3days10times)을 운영하는 동시에 각자 부캐를 가지고 있다.

2023 인천아트북페어 내내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이 떠나지 않은 테이블에는 조아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하지가 있었다.

이들은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인스타툰 '일단해보겠습니다'를 엮어낸 독립출판물과 작가 조아의 부캐가 만들어낸 바다를 품은 사진집,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일러스트레이터 하지가 여행을 떠나 16일을 매일 크리스마스로 만들어낸 소중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 그냥 진짜 해보자고 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웃어 보인 이들은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생생한 응원에 에너지를 잔뜩 충전하고 간다며 "지금 여기에 멈추지 않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저희로서는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고 다른 작가님들의 뛰어난 작품들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은 만큼 열심히 소화해내겠다"고 말했다.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불꽃에 관해 묻자 두 작가는 잠시 시선을 마주한 채 웃은 뒤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삶을,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 원동력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아 나도 이런 걸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이런 거 좋아하네'라고

설레게 되는 순간이 제게 불꽃이 이는 순간인 것 같아요. 곧 움직이게 되거든요.

 

안 그래도 힘든 세상인데 우리 모두 좋아하는 것을 보며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가들의 마음이 담긴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불꽃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관련기사
당신을 일렁이게 하는 불꽃에 대해…'2023 인천 아트북 페어' 토요일인 10일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 유명 독립서점 북극서점(@bookgeuk, 인스타그램)이 주관한 2023 인천 아트북 페어가 서구 코스모40에서 열렸다. 전국 독립서점과 작가, 출판사 등 165팀이 참가한 아트북 마켓 펼쳐진 가운데 시민이 직접 참가해 드로잉 열쇠고리와 스탬프 엽서를 만들 수 있는 이색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북극서점의 대표이자 책방지기인 슬로보트는 이번 북페어가 "단순 마켓이 아닌 하나의 전시로서 시민께 기억되길 바란다"며 "뭘 꼭 구매하지 않으시더라도 시각 예술 분야의 한 전시로서 관 [새책] "너의 삶은 언제나 따뜻하길 빌며"…'안녕 나나' 지난 9일 열린 인천 아트북페어 한켠엔 처음과 처음이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첫 북페어 참가한 안희선 작가는 자신의 첫 책을 소중히 내보였다.기억처럼 빛이 바래져도 우릴 지탱해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안 작가의 첫 그림책은 이별 후 남겨진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쳐 두려움에 삼켜지는 일보 직전, 동굴에서의 우연한 만남.이들의 만남은 결국 이별로 종결되지만, 그 이별이 절대적인 온기를 담고 있는 만큼 단순히 슬픔으로만 치부될 수는 없다.안 작가는 우리가 헤어짐의 과정에서 남겨진 사람일 수도, 또 떠나는 사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