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화 부문 스카우터 '맷데이먼'
나이키 창업자 '벤 애플렉' 연기
'에어조던' 탄생 과정 그려
고교 때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최고의 관심사는 옆방 아무개가 농구화를 새로 샀다는 거였다. 농구 인기가 절정에 달한 그때, 엔비에이(NBA) 팀 성적과 선수를 줄줄이 외웠고 끝물로 향하며 절정에 오른 농구대잔치는 화제였다. 운동장은 농구파와 축구파로 나뉘어 언제나 붐볐지만, 몸치인 나로서는 주변 벤치가 활동무대였다.
나이키 에어 농구화와 리복의 펌프·샤크는 양대 산맥이었다. 멋들어지진 전통의 에어와 실용을 무기로 디자인 혁신을 이룬 펌프·샤크. 그 시절 농구화 사랑은 엄청났다. 발목 위까지 올라온 농구화가 그다지 편하진 않은데, 왜 농구화를 고집했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농구화 인기는 시들었고, 아디다스 단화 시대가 열렸다.
영화 '에어'를 접할 때는 줄거리 단편밖에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출연 배우를 듣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영화표를 예매했다. “제가 사랑하는 남편과 남편이 사랑하는 남편”이라는 표현처럼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우정은 정겹다.
'에어'는 1984년 농구화 부문 판매 하위 성적의 나이키가 신예 마이클 조던을 스카우트하는 과정을 그린다. 나이키의 성공은 영화 끝자락에 잠시 언급된다. 엔딩 크레딧을 절대 놓치면 안된다. '조던'의 일대기가 아니다. '에어 조던'이라는 나이키 농구화 탄생의 과정을 그렸다.
나이키 농구화 부문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 분)는 한정된 예산으로 계약 선수를 찾다가 NBA 영입 3순위에 오른 마이클 조던의 무한 가능성에 꽂히며 엄마 돌로레스를 설득하고, 해고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한다. 조깅에 진심인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벤 애플렉 분)는 뱃살 두둑한 소니 바카로에게 '조깅'을 권하고, 소니는 필에게 '나이키 창업의 마음'을 떠오르게 하며 불가능에 도전장을 낸다.
맷과 벤은 추억을 소환시킨다.
매번 성공신화를 쓰진 못하지만, 여러 굴곡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음에도 맷과 벤은 내 인생의 동반자 같다. '굿 윌 헌팅'의 풋풋함은 주름 속으로 사그라졌고 액션스타 맷과 벤을 더는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신발은 신발일 뿐이다”라는 대사처럼, 이 영화는 둘에게 맞는 신발이 됐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는 음악이다. 장면과 어우러진 당시의 팝송을 놓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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