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 가시밭 스님 되는 길
진우, 짠한 영화감독의 길
'고향 친구 여정' 실화 영화
연초 무작정 떠났다.
길이 난 곳이라면 어디든 가보겠다는 심산이었는데, 막상 나서니 막막했다. 길 끝에 다다르니, 지리산 천은사에 닿아 있었다. 일상은 꿈같았던 일탈을 까마득히 잊게 했다. 수개월이 흘렀고, 최근 영화 '오늘 출가합니다'가 손에 잡혔다. 카메라에 담긴 곳 중 천은사가 있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객석에 앉았다.
'오늘 출가합니다'는 출가(出家)와 가출(家出)에 나선 두 남자의 로드무비다.
스님의 길을 걷겠다는 40대 후반 '성민'(양흥주 분)의 부탁으로 가출 친구 '진우'(나현준)가 여정에 따른다. 속세를 떠난다며 먹거리, 행동거지를 조심했건만 나이탓에 성민의 출가는 무산된다. “얼마 전까지 50살이던 출가 제한나이가 45세로 줄었어. 수행자에게 인기가 많아 나이를 낮췄다는군.”
둘은 절 인근 식당에서 삼겹살에 막걸리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또 다른 절로 향하지만 이 곳에서도 성민의 출가는 좌절된다. 가족과의 연을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란다. 번번이 출가에 좌절된 성민. 그에게 속세는 멍에일까.
진우는 더 짠하다. 영화감독의 길을 걷지만, 좀체 풀리지 않고, 3년째 시나리오만 수정한다. 이마저도 쉽지 않은 진우, 모텔 청소일로 겨우 버티며 영화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렇게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가족은 성공을 위해 잠시 내려놓은 굴레다.
출가와 가출의 길 위에 선 두 친구, 종교색 짙은 영화라는 인식보다 코믹 드라마에 가깝다. 그리고 동성애, 성소수자라는 담론까지 영화가 담고 있어 묵직하다.
진우가 농담처럼 말한다. “영화나 절이나 왜 이렇게 들어가기 힘들어.”
글자 순서가 뒤바뀐 두 단어는 '고민'이란 화두를 좇아 집 문턱을 나선다는 뜻이다. 성민의 출가는 성공할까. 그리고 진우는 가출을 끝낼까. 영화 끝자락에서 가출과 출가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영화는 제작자 박준호 프로듀서가 고향 친구의 출가 여정에 동행하며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김성한 감독이 영화로 탄생시켰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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