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근로·납세 땐 심사 후 구제를”

취업 욕구·인력난 맞아 떨어져
3D 업종 사업장서 암암리 고용
이주민단체, 政 단속·추방 반대
선별 합법화·고용주 제재 대안
농촌 '인구유출' 개선 목소리도
▲ 법무부와 국토부·경찰 등이 3~4월 2개월간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부 합동단속을 시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농·어촌 현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도내 한 출입국 업무대행 행정사 사무실 입구에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법무부와 국토부·경찰 등이 3~4월 2개월간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부 합동단속을 시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농·어촌 현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도내 한 출입국 업무대행 행정사 사무실 입구에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정부가) 출입국 업무를 할 때 인도적 사유는 배제가 됩니다.”

12일 법무부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인근의 한 사무소에서 만난 출입국 업무대행 전문 행정사는 고국의 부양할 가족을 위해 포천시 한 돼지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다 숨진 미등록(불법체류) 태국인 분추씨 관련 주제를 꺼내자, “인간적으론 안 됐지만, 불법체류자이면 자신신고하고 나가셔야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불법체류 순수 외국인이 적법하게 체류하고 취업할동도 할 수 있게 해주는 정부 정책이 나온다면, 그건 굉장히 진보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일보 3월10일자 1면>

 

▲불법체류 외국인 41만명 시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2023년 1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총 214만6579명으로, 이 가운데 41만965명이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분추씨는 지난 2013년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비자가 아닌 사증면제(B-1)로 입국한 후 불법체류 상태가 됐다. 사증면제는 양국이 친선·우호 등을 위해 최대 90일 이내 단기관광이나 방문은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는 이주노동이나 취업을 위한 제도는 아니지만 태국 같은 사증면제 협정국의 경우, 비자가 없어도 입국이 가능하다 보니 국내 불법체류 태국인만 약 14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를 받고 입국하더라도 불법체류자가 되는 외국인 수도 많다.

지난해 등록외국인 불법체류 신규발생 인원은 3만1926명으로, 이 중 제조·건설업, 농업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비전문 취업비자로 들어온 이가 9804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유학비자(D-2) 3809명, 임시비자(G-1) 3079명, 어학 연수비자(D-4) 2906명 순이다.

불법체류 외국인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이들은 많지만, 일자리와 체류기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운 사업주는 외국인이라도 써야 하니 서로 간 수요·공급의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진다. 흔히 3D로 불리는 업종 중에서도 더 밑바닥인 포천의 돼지농장 사례나 기타 영세 사업장은 인력난이 더 심해 불법체류자를 암암리에 고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와 현실 간 괴리를 해결한 방안을 찾기 어려운 데 있다.

불법체류를 방치해선 안 돼지만 다른 한편으론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국민이 취업을 기피하는 산업에서 일손을 메워주고 있는 데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국가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는 까닭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범칙금을 면제하고 재입국 규제를 유예하는 '특별자진출국'의 기회를 주거나 고용허가제를 개편(비전문 취업비자의 경우 최대 4년10개월→최대 10년)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을 읽힌다.

 

▲'단속 VS 합법화'…해법은?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유관기관 합동단속을 시행할 때마다 이주민지원단체에선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낸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합동 단속에 들어가자, 난민인권센터 등 인권단체들이 “반인권적 강제단속 조치를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단속과 추방 정책으론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 이상 성실하게 일하며 경제의 토대를 떠받쳐온 미등록 노동자들을 선별해 합법화 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법치주의 국가에서 불법을 용인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무부가 올해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체류질서 확립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 문제가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라는데 궤를 같이한다.

이민정책연구원 이창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불법체류 해결 방안을 묻는 질의에 “불법체류자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고용주 제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사용자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불법체류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불법체류된 경위를 따져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 취업한 외국인은 의도가 있다고 보아 퇴거시켜야 한다”며 “합법적인 비자를 받고 국내 취업하다가 체류기간만 어겼을 뿐 성실하게 근로하고 납세해온 외국인은 심사 등을 통해 구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촌 등 특정 지역의 인구유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의 한 이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의료, 문화 등 제반시설이 부족해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 (지역에) 일할 사람은 없어지고 일자리는 더 낙후된다”며 “그러면 결국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지는데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들 조차 힘들어 하는 곳을 미등록 이주민이 대신하게 된다”고 했다.

▶관련기사 3·6면

/이광덕·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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