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는 입이 아닌 덕으로 행해야
▲ 尾(미)는 사람(尸)으로 변장한 100년 묵은 여우의 꼬리(毛모)다.   /그림=소헌
▲ 尾(미)는 사람(尸)으로 변장한 100년 묵은 여우의 꼬리(毛모)다. /그림=소헌

莊子가 물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 그때 초나라 왕이 보낸 두 대부가 찾아와서 말했다. “선생께 초나라의 정치를 맡기고자 합니다.” 장자는 낚시대를 잡은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한다. “듣자하니 초나라에 신령한 거북이가 있는데, 죽은 지 3천 년이나 되었다는군요. 왕께서는 그것을 비단상자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하며 길흉을 점친다고 합니다. 그 거북이는 죽어서 뼈를 남긴 채 그토록 귀하게 받들어지기를 원했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겠소?” 그들이 대답했다. “그야 물론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을 테지요.” 장자가 말한다. ​“그렇다면 그만 돌아가 주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닐 것이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曳尾塗中(예미도중) 이야기다. 장자는 벼슬자리 같은 것에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당시 몰락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근심과 고난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인생관을 지녔다. 오직 욕심이 없고 깨끗한 마음(恬淡염담)에 도달하여 자연법칙을 따르며 외부의 어떠한 것에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초연하게 노니는 것이 그의 이상이었다. 이러한 생활을 실현한 사람을 ‘眞人진인’이라고 한다.

 

玄(현)은 깊고 그윽한 상태를 이름이요, 德(덕)은 공정한 마음이나 품성을 말한다. 도덕경 제56장 玄德(현덕-위정자의 깊은 덕)에서는 말(言)로 표출되는 인간의 지식(知)은 주관이 개입하게 되어 사물이나 상황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것은 제1장에서 ‘도를 도라고 말하면 완전한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는 개념과 일치한다.

본문 중 ‘塞其兌 閉其門’은 제52장에서 똑같이 나왔다, ‘입을 막고 그 문을 닫으면 평생 애쓸 일이 없다’는 뜻이다. 兌(태)는 5관(눈.귀.코.혀.피부)을 대표하며, 門(문)은 知(앎)와 言(말)의 통로를 뜻한다.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구절도 제4장에서 똑같이 썼다. 여기에서 4자성어가 만들어졌으니, 和光同塵(화광동진)은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는 뜻으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가리고 세속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아는(도를 터득한)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아는 사람은 정욕의 입을 막고 그 문을 닫고, 남을 찌르려는 날카로움을 꺾어 무디게 하고, 그들의 분쟁을 풀어내며, 따갑게 부신 빛을 온화하게 하고, 먼지로 가득한 속세에서 어울려 동화한다. 이것을 玄同(현동-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만물과 함께 어울리다)이라 한다. 그러므로 알지 못하면 가까이 하지 않고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 이롭게 하지 없고 해롭게 하지도 않는다. 귀하게 여기지 않고 천하게 여기지도 없다. 그렇기에 천하가 귀중하게 여긴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故爲天下貴. 「道德經」 第56章-玄德)

 

尾 미 [꼬리 / 뒤따르다]

①尸(시)를 주검 또는 시체로 가르쳤는데 잘못이다. 일반적인 ‘사람’을 뜻한다. ②尾(미)는 사람(尸)으로 변장한 100년 묵은 여우의 꼬리(毛모)인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나온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는 말뜻이 본문과 딱 들어맞는다. 위정자는 입이 아닌 덕으로 행하여야 한다. 몇 해 전 ‘塵人진인’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해진 논객의 글이 새삼 떠올랐다. 공사판을 전전했던 그가 먼지와 닮았다 하여 塵人이란다. “판서는 한낱 왕의 졸개로 전락하니 법치는 수치가 되었음에 참판은 슬피 우는도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老子 한국을 말한다] 55.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진리 필자가 사는 집 담장 옆 건물은 공사중이다. '어린이 집'에서 '노인보호시설'로 문패를 바꾸어 달 모양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학원이나 산부인과 병원 등이 변경하여 그렇게 된 곳이 참 많다. 이제는 서울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한 고등학교.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출산율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국가사회가 유지되려면 단순하게 계산해도 남녀가 혼인해서 2명을 낳아야 한다. 즉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2명 이상은 낳아야 하는데, 합계출산율(2001년)은 1명도 채 안된 0.81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 [老子 한국을 말한다] 54. 나를 보듯 남을 살피자 “군자의 학문은 몸을 수양하는 것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백성을 기르는 것이다. 성인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그 말씀도 없어져서 그 道가 점점 어두워졌다. 지금 관리들은 자신의 이익을 좇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르는 법을 모른다. 백성들은 곤궁하여 결국 병들어 쓰러져 시궁창과 골짜기에는 굶어 죽은 시신이 가득한데 목민관이라는 자들은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 「목민심서」 서문 中.이 책은 다산이 19년간 귀양살이를 한 후 풀려난 1818년에 완성하였다. 그의 나이 57세였다. [老子 한국을 말한다] 53. 증거를 더한다 정치자금을 많이 기부하면서 특권을 누리는 탐욕스런 자본가들을 ‘살찐 고양이’로 비유한다. 이 용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직원들은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데 반해, 은행가들은 고액의 연봉과 보너스를 받고 거기에 세제혜택까지 누리는 행태를 비꼬며 유행하였다. 우리나라 상위 10%가 평균 180,000,000원을 벌 때, 하위 50%는 평균 12,000,000원을 번다고 한다. 소득격차 14배, 부동산 등을 포함하면 무려 52배 격차가 난다. ‘살찐 고양이법’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득 [老子 한국을 말하다] 52. 처음으로 돌아가자 별주부의 꾐에 빠져 수궁으로 향한 토끼. 나졸들이 포위하자 자기는 토끼가 아니라며 상황을 회피한다. 「금군 모조리 순령수 일시에 내달아 토끼를 에워쌀 제. 진황 만리장성 싸듯 산양 싸움에 마초 싸듯 첩첩이 둘러싸고 토끼 들이쳐 잡는 거동. 영문출사 도적 잡듯 토끼 두 귀를 꽉 잡고 “네가 이놈 토끼냐?” 토끼 벌렁벌렁 떨며 “토끼 아니요.” “그러면 무엇이냐?” “개요.” “개 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달임에 너를 잡어 약개장도 좋거니와 만병회춘의 명약이라” “아이고 개도 아니고 송아지요.” “소 같으면 더욱 좋다. 천엽 콩팥 후박 [老子 한국을 말하다] 51. 덕을 쌓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사람이 가축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짐승 떼를 빙 둘러 울타리를 치고는 빠져나오려고 하는 놈 먼저 잡아먹고, 다음으로는 울타리 안에서 사납게 구는 놈을 잡아먹는다. 이때 겁먹은 놈에게는 먹이를 주며 새끼를 낳게 하곤 했더니 차차 사람 말을 잘 듣는 가축이 만들어졌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가축화로 인해 소·말·양·돼지·닭 등은 번식에 성공했다. 오늘날에도 비참하게 사육되고 도살되는 닭이나 돼지, 이 종種들에게 농업혁명은 끔찍한 재앙이다. 과연 성공한 종일까? 養(양)은 기 [老子 한국을 말한다] 57. 꾸밈없는 풍속 “그동안은 말로만 하루 24시간이었지. 우리가 실지로 쓴 시간은 하루 스무 시간밖에 더 됐나?” 늘 통금通禁에 쫓겨 끗발이 오를 만하면 아쉽게 일어서야 했던 노름꾼 심씨는 통금해제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 이문구 作 「산너머 남촌」 중에서.그땐 그랬다. 밤 11시가 넘어가면 시내 곳곳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특히 눈이 많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면 귀가는 전쟁통이나 다름없었다. 12시가 되면 사이렌이 울려 퍼졌고, 술꾼과 연인들은 숨어들 곳을 찾으려고 여념이 없다. 아예 술집 문을 잠그고 통금이 해제될 때까지 마시기도 했다. 만약에 [老子 한국을 말하다] 61. 낮추는 마음가짐 “무찌르자 오랑캐 몇백만이냐~.”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여자애들은 운동장에 모여 고무줄놀이를 즐겼다. 아이들의 몸은 날렵하였으니, 체조요정이 환생했을 성싶다. 놀이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남자애는 고무줄 한가운데를 끊어 놓고 내뺐다. 앞도 안 보고 달아나던 그 아이는 철봉대에 부딪혀 눈두덩이가 터졌다. 그 녀석이 필자다.'東夷동이'란 고대 중국인이 황해 연안 및 중국 동북부·한국·일본 등에 분포한 종족을 부르던 명칭으로서, 漢 이후는 동이·서융·남만·북적 등 중화사상을 드러내며 구체화된 용어다. 이 시기 東夷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