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가 물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 그때 초나라 왕이 보낸 두 대부가 찾아와서 말했다. “선생께 초나라의 정치를 맡기고자 합니다.” 장자는 낚시대를 잡은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한다. “듣자하니 초나라에 신령한 거북이가 있는데, 죽은 지 3천 년이나 되었다는군요. 왕께서는 그것을 비단상자에 넣어 소중하게 간직하며 길흉을 점친다고 합니다. 그 거북이는 죽어서 뼈를 남긴 채 그토록 귀하게 받들어지기를 원했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겠소?” 그들이 대답했다. “그야 물론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을 테지요.” 장자가 말한다. “그렇다면 그만 돌아가 주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닐 것이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曳尾塗中(예미도중) 이야기다. 장자는 벼슬자리 같은 것에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당시 몰락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근심과 고난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인생관을 지녔다. 오직 욕심이 없고 깨끗한 마음(恬淡염담)에 도달하여 자연법칙을 따르며 외부의 어떠한 것에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초연하게 노니는 것이 그의 이상이었다. 이러한 생활을 실현한 사람을 ‘眞人진인’이라고 한다.
玄(현)은 깊고 그윽한 상태를 이름이요, 德(덕)은 공정한 마음이나 품성을 말한다. 도덕경 제56장 玄德(현덕-위정자의 깊은 덕)에서는 말(言)로 표출되는 인간의 지식(知)은 주관이 개입하게 되어 사물이나 상황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것은 제1장에서 ‘도를 도라고 말하면 완전한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는 개념과 일치한다.
본문 중 ‘塞其兌 閉其門’은 제52장에서 똑같이 나왔다, ‘입을 막고 그 문을 닫으면 평생 애쓸 일이 없다’는 뜻이다. 兌(태)는 5관(눈.귀.코.혀.피부)을 대표하며, 門(문)은 知(앎)와 言(말)의 통로를 뜻한다.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구절도 제4장에서 똑같이 썼다. 여기에서 4자성어가 만들어졌으니, 和光同塵(화광동진)은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는 뜻으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가리고 세속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아는(도를 터득한)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아는 사람은 정욕의 입을 막고 그 문을 닫고, 남을 찌르려는 날카로움을 꺾어 무디게 하고, 그들의 분쟁을 풀어내며, 따갑게 부신 빛을 온화하게 하고, 먼지로 가득한 속세에서 어울려 동화한다. 이것을 玄同(현동-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만물과 함께 어울리다)이라 한다. 그러므로 알지 못하면 가까이 하지 않고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 이롭게 하지 없고 해롭게 하지도 않는다. 귀하게 여기지 않고 천하게 여기지도 없다. 그렇기에 천하가 귀중하게 여긴다.
①尸(시)를 주검 또는 시체로 가르쳤는데 잘못이다. 일반적인 ‘사람’을 뜻한다. ②尾(미)는 사람(尸)으로 변장한 100년 묵은 여우의 꼬리(毛모)인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나온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는 말뜻이 본문과 딱 들어맞는다. 위정자는 입이 아닌 덕으로 행하여야 한다. 몇 해 전 ‘塵人진인’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해진 논객의 글이 새삼 떠올랐다. 공사판을 전전했던 그가 먼지와 닮았다 하여 塵人이란다. “판서는 한낱 왕의 졸개로 전락하니 법치는 수치가 되었음에 참판은 슬피 우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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