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찌르자 오랑캐 몇백만이냐~.”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여자애들은 운동장에 모여 고무줄놀이를 즐겼다. 아이들의 몸은 날렵하였으니, 체조요정이 환생했을 성싶다. 놀이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남자애는 고무줄 한가운데를 끊어 놓고 내뺐다. 앞도 안 보고 달아나던 그 아이는 철봉대에 부딪혀 눈두덩이가 터졌다. 그 녀석이 필자다.
'東夷동이'란 고대 중국인이 황해 연안 및 중국 동북부·한국·일본 등에 분포한 종족을 부르던 명칭으로서, 漢 이후는 동이·서융·남만·북적 등 중화사상을 드러내며 구체화된 용어다. 이 시기 東夷에는 濊예·貊맥·韓한 계통의 우리 민족과 읍루와 왜족이 속했다. 그러다가 어찌 된 영문인지 근세 이후에는 '동이는 한민족'이라는 데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夷'란 무슨 뜻인가?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사전에 실린 대표적인 뜻은 '오랑캐'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한국학을 대표한다는 한 연구원에서 저술하고 영문으로 번역한 「A History of Korea」를 보자. “중국인들은 고조선 사람들을 야만인이라며 경멸했다(the people of Gojoseon calling them barbarians.).” 영어 'barbarian'은 야만인·미개인·오랑캐 등으로 쓴다. 이를 두고 어떤 학자는 “엉터리 한국사를 보고 공부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라고 꾸짖었다. 또 다른 학자는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우리가 버려야 할 오염된 허상이다.”라고 했다.
도덕경 제61장 謙德(겸덕-낮추는 마음가짐)에서 노자의 국가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작은 나라를 추구하였다(小國寡民). 크기의 차이가 힘의 차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국격은 대등하다. 본문에서 '大國'은 모든 백성이 하나 되는 이상향이다. 일부에서는 '欲入事人'을 두고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두둔하는 논리로 쓰며 노자의 사상을 곡해하고 있다.
강물이 낮게 흐르듯 큰 나라가 낮추면 천하의 모든 사람이 모여든다. 천하는 암컷과 같다. 암컷은 항상 허정(虛靜)으로 수컷을 이기는데, 고요하게 스스로 낮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큰 나라가 겸하(謙下)하게 작은 나라를 대하면 작은 나라를 얻을 수 있고, 작은 나라가 겸하하게 큰 나라를 대하면 큰 나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큰 나라도 겸하함으로 얻고 작은 나라도 겸하함으로 얻게 된다. 큰 나라는 단지 작은 나라의 백성을 복속시키려고 할 뿐이요,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따르려 할 뿐이다. 서로가 모두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큰 나라가 더 낮추어야 한다.
①事/ (사)는 전쟁에 나가 높게( ) 깃발(中)을 손( )에 들고 싸우는 일에서 왔다. ②史(역사 사)와 吏(관리 리) 그리고 事(일 사)의 뿌리는 같다. ③史(사)는 기록하는 일, 吏(리)는 벼슬아치, 事(사)는 직책으로 나뉘었다.
「용비어천가」에는 兀良哈(올량합)이라는 기록이 있다. 여진의 종족이며 야인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사서에는 兀良合(올량합)·斡郞改(알랑개)·兀狄合(올적합)이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모두 '오랑캐'를 옮겨 적은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다. 단호하게 말한다. “夷(이)는 활(弓)을 잘 쏘는 큰(大) 사람이 아이(弓)를 안고 있는 인자함이다(夷是仁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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