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른 것 비하면 덜 올라”
시민 “버스·지하철 막차 이용”
서울시보다 두 달 늦어 불만도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찾은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앞 택시 승강장, 택시 20여대가 붉은 '빈차' 표시등을 켠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일보 2월9일자 1면 '경기 택시 기본요금 1000원 오른다'>
택시를 타려는 승객보다 대기 중인 택시가 더 많아 이들은 기다림 없이 승차했다. 이날 만난 택시 기사들을 2019년 이후 4년 만에 이뤄지는 요금 인상(중형택시 기본요금 기준 3800원→4800원)을 반겼다.
택시 기사 정모(74)씨는 “대략 한 달에 3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데 가스비, 차량 유지비, 보험료, 감가상각 등을 빼고 나면 순수입은 약 120만원 정도”라며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되는 것이 택시업”이라고 푸념부터 쏟아냈다.
늘어선 택시줄의 뒤쪽에 자리한 15년차 개인택시 기사 최모(70)씨는 “물가 오르는 것에 비하면 덜 올라갔다”며 요금 인상분이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낮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경제가 안 좋아 많이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요금 인상이 자칫 손님 감소로 이어질 상황을 우려했다. 지난달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의 입장에선 월급 빼고 다 오른 물가에 택시요금 인상이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8)씨는 한 달에 2∼3번, 회식이나 저녁 약속 이후 밤늦게 택시를 이용한다.
그는 “물가 인상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너무 많이 올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택시 요금이 오르면 자리를 일찍 끝내고 버스나 지하철 막차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집과 직장이 모두 화성시 동탄에 있는 40대 직장인 백모씨도 “인상률이 상당해 주로 짧은 거리를 타는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며 “동탄엔 지하철도 없고 대중교통이 부족해 회식이나 음주 후에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지만, 웬만해선 (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때문에 몇년 치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보다 중간중간 요금을 나눠서 인상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사는 “1000원 (인상)이 '맞다, 안 맞다'라기 보다는 택시요금이 물가에 비례해 조금씩이라도 그때그때 인상하면 승객이 느끼는 부담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도내 택시기사들은 서울시와 경기도 간 인상 시기가 두 달가량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역 앞에서 1시간째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70대 택시 기사 A씨는 “요금을 올리려면 전국적으로 동시에 올려줘야 한다”며 “아직 날이 안 풀려서 서울은 (택시를) 타는 사람이 많지만, 3월 말이면 날이 다 풀려서 (가뜩이나 없는) 손님들이 더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중형택시 요금이 1000원 올렸다.
/글·사진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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