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어떻게 공간에 구현할 것인가. 필자를 비롯해 2015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을 기획했던 모두가 이 추상적인 물음에 구체적인 답을 찾기 위해 각자의 방법을 고민했다. 건축가와 전시 디자이너는 한국적인 정서를 형태와 색으로 구현하고, 전시관의 리플렛은 포스터처럼 펼치면 백자의 형태가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한국관 직원들의 유니폼은 의상디자이너의 손에서 한국적인 특징을 갖는 디자인으로 거듭났고, 한식당에서는 어떻게 우리의 식문화를 전달할지 고심하며 식기를 선택하고 차림새를 고민하는 모든 과정에 한국다움을 담아내었다. 국가 브랜드는 이렇게 공간, 시각, 의상, 음식 등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 눈에 보이는 존재로 거듭났다.
국가브랜드 공간 이후 기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기획하며 비슷한 과정을 경험하였다. 자동차 기업 렉서스의 경우, 일본 도쿄에 브랜드 문화공간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Intersect by Lexus)를 만들었다. 유리로 된 외관 안에 일본식 목구조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이 건물 전체를 다시 감싸고 있다. 반복된 문양의 패턴은 자동차 회사마다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인 자동차 앞 그릴 모양을 활용하였다. 방문자는 외관에서부터 내부의 공간감을 느끼기 전, 이미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인식하고 들어가게 된다. 간판에 쓰인 글자(by Lexus) 이외에도, 렉서스만의 패턴 자체로서 다른 브랜드가 아닌 렉서스 만의 공간임을 알려준다. 심지어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그릇 또한 건물에 사용된 패턴과 동일하다. 방문객들은 이 건물을 나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렉서스의 그릴 모양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라는 추상적인 존재가 디자인을 통해 보이는 무언가가 되고, 이 공간에 머물렀던 이들은 이제 어디에서든 렉서스다움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건축 재료에서부터 서비스의 디자인까지 이어지는 총체적인 디자인 언어로 인해 명확한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국가나 기업이 브랜드를 만들고 특정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이러한 방식은 도시브랜드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작용한다. 단지 엑스포와 같은 메가 이벤트를 무대로 하지 않고, 기업의 임직원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외부인, 즉 관광객, 사업 등 다양한 관계자들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차이다.
인천도 근래 도시브랜드포럼을 열며 도시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도시의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했다는 전 도시브랜드 담당관의 이야기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천만의 강점을 하나의 메시지로 정립하고 시각화하였다는 데에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이번 포럼의 내용은 인천의 색깔을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공간으로 풀어내기 위하여 도시 디자인 측면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장소와 브랜딩이 분리되지 않고, 물리적인 도시 디자인과 도시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제도와 각 지역의 프로그램 관점에서도 도시브랜드의 총체적인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겠다. 낙후된 지역의 도시 재생 관점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면 비물리적인 요소의 소통을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각 디자인으로 표현되었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와 철학을 담고 있는 것. 브랜드란 무형의 핵심적 요소를 다양한 언어로 듣고 보는 이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작업과 같다. 그간 도시라는 장소를 시각적으로 브랜딩화 했다면, 브랜딩한 내용이 다시 도시공간에 뿌리내려 체감할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Always Incheon. 하나의 메시지로 뚜렷해진 도시브랜드가 삼차원의 도시 공간과 시민의 일상 안에 꽃피우길 기대해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