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엔 웬만해선 약속을 잡지 않는다.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다. 아이도 없는 사람이 웬 육아 프로그램이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육아와 관계없는 2030 세대가 이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층이라고 하니 프로그램에 빠진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닌 듯하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가정 상담이 틀이다. 어른과 어린이 누구나 처음 겪는 삶의 과정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잔잔한 위로가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듣는 시간이다. 그들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상황을 알고 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고 싶다는 아이의 목소리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변화를 시도해보려는 아이의 의지에서 누가 어른이고 누가 어린이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등장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를 치유 받고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성인이 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 이삼십대 '어른이'들이 금요일 저녁을 기다리는 이유다.

방송사는 이 기세를 이어 다음 시간대에 어른을 위한 상담소를 열었다. 고민을 가진 어른 상담자들을 맞이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며 장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어른이 된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핵심은 어린 시절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작업이다. 어렸을 때 어떠한 환경에서 누구와 소통했는지, 그 방식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어른이 된 현재와 마주하는 방식이 결정된다. 다 큰 어른 속에 아직 자라지 못한 자아가 목소리를 내며 세상을 대하는 나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성인 상담 프로그램이지만 육아 프로그램과 비슷한 맥락이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은 어린이였던 순간으로 향한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는 아이를 위한 장난감 디자인을 '놀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어른이 되어서도 도움이 될까?'라는 시각에서 접근했다. 특히 장난감 디자인이 어린이다운 행동을 위해, 어른이 정한 연령대의 교육적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인격체로서의 어린이에 집중했다. 인생의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인간적인 성장을 위해 일생의 한 단계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어른이 어린이에게 진짜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고, 어린이를 이해하는 훈련과 습관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처 입은 어른이의 문제를 어린이에서 찾고 어린이와 어른이가 서로를 이해하고자 상담하는 요즘이 떠오른다.

키덜트, 피터 팬 증후군. 철들지 않는 어른을 위해 탄생한 단어들 안에는 순수함과 철없음이라는 묘한 뜻이 숨어있다. 그러나 세상 물정을 모른다기보다 오히려 각박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장난감 속 세계로 돌아간다는 키덜트족의 인터뷰에 슬픔이 몰려온다. 오죽하면 증후군 또는 콤플렉스 중 하나로 성인이 되기 거부하는 정신상태가 분류되었을까. 상처의 원인을 찾으러 돌아가는 시간,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여 안정을 찾기 위해 돌아가는 시간. 그 시간이 모두 우리가 어린이였던 시절에 녹아있는 것이다. 어른이라는 단어의 짠한 느낌은 여전히 존중받고 이해받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가 '어린이'라는 단어의 탄생 배경이라 한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존중받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유영이 서울대학교 건축도시이론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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