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 도시를 건설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데에 수많은 불신과 회의감이 존재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일상이 된 위드코로나의 상황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적응도를 가속화시켰다. 이른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다양한 업계뿐만 아니라 도시 행정 분야에서도 접목되어 인천은 디지털트윈, 즉 가상도시를 통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도달해 있다. 원격 근무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했던 기간에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토론했던 시간이 우리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가능케 한 셈이다.
코로나의 대유행 속에서 각국의 도시들은 디지털 환경 안에서 활기찬 도시 생활을 이어 나가고자 노력해왔다. 핀란드 헬싱키는 도시 모습을 가상 현실에 그대로 옮기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가상 세계에서의 핀란드 헬싱키에는 축제도 개최되었다. 2021년, 핀란드 최대 기념일인 Vappu(노동절, May Day)를 축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었던 축제가 취소될 위기에 놓이자, 핀란드의 인기 랩 그룹 JVG는 헬싱키의 가상 복제도시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시민들은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이나 PC로 가상콘서트에 접속하거나 아바타를 만들어 참여할 수 있었다. 아바타를 생성한 시청자들은 손동작, 이모티콘, 박수를 통해 현장의 아티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였다. 핀란드 인구의 전체 12%에 달하는 70만 명의 핀란드 사람들이 가상 공간에서 노동절 축제를 함께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 다른 국가의 사람들 또한 가상 공간에서의 여행을 만끽했다.
같은 해 싱가포르 또한 관광명소인 센토사섬 자체를 게임 내 가상 세계로 전환했다. 센토사개발공사(SDC)는 가상세계에서 센토사섬을 즐길 수 있도록 전 세계 약 1200만 개 이상 팔린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 내에 가상 센토사섬을 구축하여 많은 이들의 가상 방문을 이끌었다.
이러한 변화 안에서 우리는 가상 세계로 이동되는 도시 공간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이 가상으로 넘어간다면 실제 도시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가상세계로 옮겨간 디지털 트윈 도시에서 논의되기에 더욱 적합한 주제는 무엇일까. 거리두기로 다양한 활동이 축소되고 공간적 제약이 가해졌던 시기를 지나, 다시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게 된 우리의 현재는 가상과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도시 생활의 모습을 갖고 있다. 공연장은 축소되고 경기장은 더 이상 건설되지 않으며 대형 컨벤션 센터는 더 이상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가상과 실제 사이, 두 세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질문을 만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것이 가상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구체화하기보다는 실제 공간의 어떠한 요소가 가상 공간과 상호작용할지 세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유영이 서울대학교 건축도시이론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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