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이 서울대학교 건축도시이론연구실 연구원.

세계 재즈의 날을 기념하여 서울 노들섬에서 4월30일을 전후로 서울재즈페스타가 개최되었다. 기획 단계부터 음악을 주요 콘텐츠로 설계된 노들섬에 재즈의 향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었다.

노들섬은 공간에 대한 운영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시설을 조성한 특별한 사례인 점이 특징이다. 시민 공모로 운영 계획을 제안한 어반트랜스포머 팀은 'Band of Nodeul'을 주제로 음악을 매개로 하는 복합문화기지 콘텐츠를 계획했다. 다양한 음악이 연주되는 공연 공간을 표방하면서 공연장과 야외무대를 기획했다. 또한 음악을 전체 운영의 콘셉으로도 가져가며 문화와 환경, 공간, 상업 등 다양한 분야의 조화로움을 추구했다. 참여와 조화를 중시한 운영 계획은 노들섬의 설계로도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음악의 형식과 철학 모두를 중심에 둔 노들섬에서 음악 축제가 개최된 것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일이다. 특히 재즈 음악 장르는 태생부터 물가와 친하다고 볼 수 있다. 재즈는 항구도시인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령에서 미국의 땅이 된 도시에는 미국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인종 차별 문화가 비교적 적었다. 항구도시로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오갔고 새로운 문화가 싹틔웠다. 사람들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합된 도시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노동자로서 힘든 삶을 위로하며 시작한 연주가 재즈의 시작이었다. 이런 문화의 다양성에 주목한 것은 단순히 음악가들과 문화도시 정책을 수립하는 행정가뿐만이 아니었다.

유네스코 세계 재즈의 날은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이 녹아든 무형유산인 재즈에 주목하고자 한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2010년 세계 문화 간 화해의 해(International year for the rapprochement of cultures)를 맞아 문화 다양성을 강조하고자 음악을 매개로 한 결과였다. 재즈의 특징은 자유로운 표현에 있다. 변주를 즐기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즉흥 연주에 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존재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재즈 음악의 장르와 관객의 반응에 유네스코는 자유와 포용, 화해라는 무형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다양성이 오가는 도시, 미국 뉴올리언스와 인천은 많은 부분 닮아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문화를 꽃피웠던 도시의 물리적 환경이 그러하고 이곳을 통해 새로운 음악이 꽃피고 다른 지역으로 이어진 것 또한 비슷하다.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만 하더라도 1900년대 각국 조계지에서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정치와 상업, 종교, 교육, 문화 전반에서 이루어진 다양성이 현재는 인천 문화예술의 소중한 영감으로 쓰이고 있다.

일본풍의 거리와 차이나타운이 이어지며 이미 100여 년 전에 인천에 있었던 문화의 다양성을 읽을 수 있다. 제물포구락부에서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만국 공원이었던 자유 공원에서 산책 중에 나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마주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문화가 길러졌을 인천의 옛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처럼 문화적 다양성을 뿌리부터 갖고 있는 인천의 모습에서 유네스코가 주목했던 문화의 가치에 대해 주목해본다.

그동안 유형 문화유산에 주목했던 유네스코가 무형 유산, 그중에서도 한 음악 장르를 통해 화해를 도모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한 장르의 예술을 단순히 연주와 감상으로만 볼 것이라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역사적 배경을 도시와 연계해보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인천이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영이 서울대학교 건축도시이론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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