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시장고기집' 운영…“우리집 장수 비결은 신뢰”

2002년 부친에 가게 이어받아
양심 속이지 않고 정직한 맛 승부
“옛 손님 찾아올 때마다 행복”
▲ 이병관 시장고기집 대표는 타지역으로 이사를 한 옛손님들이 다시 찾아줄 때마다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잇속을 차리려고 양심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친이 해왔던 방식 그대로 고객에게 신뢰를 판다./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이병관(49) '시장고기집'(부평구 백운 남로 21번길) 대표는 십정동 열우물전통시장에서 20년째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친 이영근(76) 씨와 모친 김영애(73) 씨의 2남 중 장남이다.

부친 이영근 씨는 리어카로 과일을 떼다 파는 과일행상이었다. 이 씨는 1987년 친분이 있던 정육점 사장으로부터 가게를 인수하고 시장고기집을 개업했다. 이병관 대표는 2002년 부친으로부터 가게를 이어받았다. 열우물시장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시장고기집'은 35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대표 가족이 십정동 및 열우물시장에 터를 잡고 몸을 기대고 살아온 지도 벌써 41년째다.

이병관 대표는 원래 신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양친이 갑자기 몸이 아프면서 이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었다. 여느 소상인처럼 이 대표의 일과는 손님을 맞이하랴 고기 분류 작업하랴 고되고 바쁘기만 하다. 고기를 부위별로 분류하고 지방과 뼈를 분리하려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경험이 없다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모든 작업을 이 대표 혼자 너끈히 해낸다. 이 대표는 창업자인 부친 이영근 씨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다.

“아버님 옆에서 곁눈질로 배우다 보니 어느새 기술자가 되었습니다.”

▲ 열우물시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관 시장고기집 대표는 시장의 활력을 위해 가게 앞에서 붕어빵과 오뎅을 판다. 시장에 먹을거리 볼거리가 있어야 고객들이 온다는 믿은 때문이다. 붕어빵 노점은 상인회가 운영하며 수익금은 열우물시장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 열우물시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관 시장고기집 대표는 시장의 활력을 위해 가게 앞에서 붕어빵과 오뎅을 판다. 시장에 먹을거리 볼거리가 있어야 고객들이 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붕어빵 노점은 상인회가 운영하며 수익금은 열우물시장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는 장사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이 시장을 잠식하고 소비 패턴도 바뀌면서 소상인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쉽지만은 않습니다. 신선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구매를 안 했는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기 시작했어요.”

이병관 대표는 열우물시장 상인회장을 맡아 소상인들이 예전처럼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실 열우물시장은 십정동이 재개발되면서 주민 절반이 타지역으로 이주해 어렵기만 하다.

“이사를 하셨는데도 일부러 이곳을 찾는 고객들이 꽤 계십니다. 잇속만 차리려면 얼마든지 눈 가리고 아웅도 할 수 있지만 아버님께서 하시던 방식대로 양심적으로 장사하다 보면 우리 마음을 알아주시는 손님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열우물시장 상인들이 시장에서 바친 삶을 보답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조그마한 시장이지만 양심과 신뢰가 있는 곳입니다. 이 동네 서민들의 문화와 삶의 역사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다시 이곳을 찾아 예전처럼 웃음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글·사진=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관련기사
[인천 삶, 소상인을 만나다] 4. 신용준 신일상회 대표 신일상회(부평구 부흥로 304번길 27)는 부평진흥종합시장에 있는 식품잡화 도소매점이다.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등장하는 잡화점이 연상되는 오래된 가게이다. 신용준(53) 신일상회 대표는 이곳에서 2대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신 대표의 부친 신원범(87) 씨와 모친 안영자(84) 씨가 신일상회를 개업한 때는 1971년이다.지금도 부친 신원범 씨는 오전 6시에 가게 문을 연다. 신용준 대표는 오전 9시부터, 누나인 신주연(58) 씨가 오후 1시부터 가게에 나와 장사를 한다. 배달은 신용준 씨 [인천 삶, 소상인을 만나다] 3. 김해숙 기운차림 인천지부 사무국장 부평종합시장 골목 한귀퉁이(부평구 대정로 35번길 25)에 1000원짜리 점심을 파는 식당이 있다. (사)기운차림봉사단에서 운영하는 '기운차림 식당'이 그곳이다. '기운차림 식당'은 이곳에서 12년째 자리를 잡고 있다. 식당 손님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노점상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김해숙 기운차림봉사단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이곳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안살림을 맡고 있다. 비록 단돈 1000원이지만 돈을 받고 밥을 파니 그도 엄연한 소상인인 셈이다.“형편이 어려운 분들, 홀몸노인들 특히 시장에 위 [인천 삶, 소상인을 만나다] 2. 김명수 은성상회 대표 김명수(65) '은성상회'(부평구 부평 4동 251번지) 대표는 부평깡시장에서 21년째 야채·청과물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명수 대표와 부인 최성자(64) 씨는 이곳을 생업 터전으로 삼고 아들 둘을 키우고 출가시켰다. 은성상회는 야채와 과일, 꿀 등 농산물을 도소매로 판매하는데, 도소매업을 병행하다보니 하루 일과가 바쁘고 일손이 늘 부족하다. 다행히 큰아들이 가업을 이으며 일을 돕고 있다.김명수 대표는 은성상회를 개업하기 전까지 건설·기계·공조설비 회사를 운영하던 중소기업인이었다. 사업은 번창해서 태릉선수촌 수영장과 [인천 삶, 소상인을 만나다] 1. 손명재 뷰티 플라워 대표 손명재(73세) '뷰티 플라워' 대표는 부평지하상가 한 자리(부평지하상가 나동 81호)를 지키며 27년 동안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손명재 씨는 남편과 함께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1남 1녀를 키웠다. 손 씨의 딸도 네덜란드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며, 한국에 방문할 때면 손 씨의 꽃가게에서 어머니의 일을 돕기도 한다. 손 씨에게 꽃가게는 생업이기도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준, 삶의 전부인 셈이다.교복 자율화 등으로 의류업이 호황이던 80년대 중반부터 옷 장사를 했던 손 씨가 꽃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꽃에 사람의 [인천 삶, 소상인을 만나다] 6. 유영례 쌔롬미용실 대표 유영례(60) 쌔롬미용실(계양구 안남로 462) 대표는 효성동에서만 40년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 대표에게 쌔롬미용실은 10대 소녀 시절 삶과 꿈이 오롯이 자리 잡은 곳이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3남 2녀 중 셋째로 컸던 그는 핍진한 삶을 이겨내려고 고향 충남 연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인천 효성동으로 올라왔다.밤에는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고 미용사였던 이모 주의순(76) 씨 미용실에 일을 도우며 알음알음 미용기술을 배웠다. 남편 엄기원(63) 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1남 1녀를 뒀다. 딸 엄지애(26) 씨는 어머니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