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동서 40년째 미용실 운영
10대 소녀의 꿈 오롯이 자리 잡아
미용실 창업 직원만 100명 '뿌듯'
유영례(60) 쌔롬미용실(계양구 안남로 462) 대표는 효성동에서만 40년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 대표에게 쌔롬미용실은 10대 소녀 시절 삶과 꿈이 오롯이 자리 잡은 곳이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3남 2녀 중 셋째로 컸던 그는 핍진한 삶을 이겨내려고 고향 충남 연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인천 효성동으로 올라왔다.
밤에는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고 미용사였던 이모 주의순(76) 씨 미용실에 일을 도우며 알음알음 미용기술을 배웠다. 남편 엄기원(63) 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1남 1녀를 뒀다. 딸 엄지애(26) 씨는 어머니의 길을 이어 대학에서 미용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서경대에서 미용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유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오전 9부터 밤 9시까지 12시간을 꼬박 일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손님이 줄어 미용사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친딸처럼 정들었던 직원들이 떠날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
“미용사가 7~8명 있었어요. 그런데 고객이 줄자 직원들도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40여년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단골이 많다. 손님들은 힘든 시절을 함께 이겨낸 이웃이자 벗이다.
“제가 아가씨 때 만났던 고객들이 어느덧 나이가 들었어요. 그분들의 자녀나 손주들이 저희 미용실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한때 효성동 거리는 인파로 가득했다. 저녁이면 부평공단에서 일을 끝낸 노동자들이 거리를 매웠다. 그러나 지금은 공장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한산한 풍경이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쌔롬미용실을 꾸준히 찾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인건비와 임대료를 빼면 수익이 크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도 단골손님이 계시기 때문에 계속 일하는 거예요.”
유 대표는 고객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한다. 이런 철학은 쌔롬미용실이 40년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다.
“고객을 돈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친정어머니나 언니, 동생, 자식처럼 생각해요.”
유 대표에게 쌔롬미용실은 놀이터이자 삶을 배우는 인생 학교라고 한다. 이곳에서 일을 배우고 미용실을 창업한 직원만 100명이 넘는다. 직원들이 독립할 때마다 친딸을 시집 보내는 것처럼 아쉽지만 뿌듯하기도 하다. 어린 소녀, 아가씨였던 제자들이 미용실 원장으로 한 집안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인생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어느덧 노년을 바라보지만, 그는 여전히 쌔롬미용실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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