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사랑의 점심...소외계층에 '기운'을 선물

하루 평균 60~70명 발길
식재료는 인근 노점상 기부
“온정 나누는 이웃 공동체”
▲ 1000원짜리 점심을 파는 '기운차림 식당'에서 밥 나눔 봉사활동을 하는 김해숙 기운차림봉사단 인천지부 사무국장이 봉사 활동을 마친 후 활짝 웃고 있다.

부평종합시장 골목 한귀퉁이(부평구 대정로 35번길 25)에 1000원짜리 점심을 파는 식당이 있다. (사)기운차림봉사단에서 운영하는 '기운차림 식당'이 그곳이다. '기운차림 식당'은 이곳에서 12년째 자리를 잡고 있다. 식당 손님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노점상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김해숙 기운차림봉사단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이곳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안살림을 맡고 있다. 비록 단돈 1000원이지만 돈을 받고 밥을 파니 그도 엄연한 소상인인 셈이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 홀몸노인들 특히 시장에 위치하다 보니까 노점상인들과 장을 보러 온 어르신들이 식당을 자주 이용하시고 있습니다.”

▲ 자원봉사자들이 기운차림 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식 준비부터 배식까지 일을 도맡아 한다.
▲ 자원봉사자들이 기운차림 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식 준비부터 배식까지 일을 도맡아 한다.

시장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이다 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하루 평균 60~70명, 많을 때는 100여명이 기운차림 식당을 찾는다.

무료로 한 끼를 제공해줄 수도 있는데 굳이 기운차림 식당에서 밥값 1000원을 받는 이유가 궁금하기만 하다. 김해숙 국장은 1000원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자존감 증표라고 말한다.

“1000원짜리는 가장 작은 지폐입니다. 이곳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당당하게 돈을 내고 음식을 사드시게 되면 자존감에 상처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형편에 따라 1000원부터 5000원도 내십니다. 한 끼를 드시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나눔을 실천하시는 거죠.”

이곳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식당 안에서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이용자가 줄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수가 도시락 제공이다.

“처음에는 일회용 도시락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모두 개인 도시락을 가지고 오세요. 지구환경도 같이 지키면서 따뜻한 밥 한 끼로 서로 기운을 전하고 있습니다.”

▲ 자원봉사자들이 기운차림 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식 준비부터 배식까지 일을 도맡아 한다.
▲ 자원봉사자들이 기운차림 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식 준비부터 배식까지 일을 도맡아 한다.

이곳은 기부로만 운영되고 있다. 정기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상인들, 지역 기업으로부터 십시일반 도움을 받는다. 식재료에는 이웃 간의 온정이 깃들어 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방앗간에서 고춧가루를, 야채가게에서 야채를 기부해온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주변 노점상들의 기부이다.

“식당을 이용하는 노점상인분들은 장사하고 남은 물건을 기부해주십니다. 오늘 점심 반찬으로 나간 콩나물 무침도 노점상인분께서 기부해주신 겁니다.”

김해숙 국장은 “기운차림 식당은 희로애락을 공감하고 서로 나누는 이웃 공동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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