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어 2대째 식품잡화점
덤 주고 정 나누니 행복 두배

처음에는 그릇 가게로 출발
단골손님과 희로애락 함께 해
“이곳은 온기 넘치는 동네사랑방”
▲ 신용준 신일상회 대표가 신일상회와 부평시장 이야기를 담은 본인의 저서 <부평시장, 신일상회>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신일상회(부평구 부흥로 304번길 27)는 부평진흥종합시장에 있는 식품잡화 도소매점이다.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등장하는 잡화점이 연상되는 오래된 가게이다. 신용준(53) 신일상회 대표는 이곳에서 2대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신 대표의 부친 신원범(87) 씨와 모친 안영자(84) 씨가 신일상회를 개업한 때는 1971년이다.

지금도 부친 신원범 씨는 오전 6시에 가게 문을 연다. 신용준 대표는 오전 9시부터, 누나인 신주연(58) 씨가 오후 1시부터 가게에 나와 장사를 한다. 배달은 신용준 씨 몫이다. 한 가족이 오롯이 장사하니 신일상회는 어엿한 가업인 셈이다.

▲ 신일상회는 1971년 개업해 52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이다. 지금도 옛 단골손님들이 백발의 노인이 되어 가게를 찾고 있다.
▲ 신일상회는 1971년 개업해 52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이다. 지금도 옛 단골손님들이 백발의 노인이 되어 가게를 찾고 있다.

신일상회는 처음에 그릇 가게로 출발했다. 그런데 부평에 공단이 생기고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식품과 잡화를 찾기 시작해 지금의 식품잡화점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어머니가 김치를 담가서 한쪽에서 팔았는데, 노동자들이 김치가 맛있으니까 자주 가게를 찾았습니다. 나중에 간장, 고추장 등도 팔게 되고 식품까지도 취급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장사가 예전만 못하지만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장사가 성업을 이뤘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임금도 많이 오르고, 동네 구멍가게도 장사가 잘되어서 배달 주문도 많았습니다. 부천과 김포 장기리까지도 배달을 했었어요. 그때 굉장히 바빴습니다.”

신용준 대표는 20대 초부터 장사를 도왔다. 청춘을 바치며 신일상회에서 서민들과 삶의 부침을 함께했다. 이는 신 대표가 신일상회를 물려받은 이유이다. 그런데 장사도 장사지만 신일상회를 지키려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반세기 가까이 가게를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은 동네 사랑방입니다. 어르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십니다.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는 계산을 급하게 하는데, 행동이 더딘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급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어르신들이 천천히 돈을 꺼내고 돈을 세는 걸 기다려드려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서비스란 연세 드신 분들이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겁니다.”

신용준 대표는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어 예전처럼 사람의 온기가 넘치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청년기를 시장에서 보냈습니다. 전통시장에 오면 덤도 있고 정도 있습니다. 사랑방 같은 가게들도 많습니다. 덤과 정, 이것이 우리가 전통시장을 지키고 가꿔야 하는 이유 아닐까요?”

/글·사진=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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