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지하상가서 남편과 운영
경기 어렵지만 고객보며 보람
“꽃이 마음에 위안 됐으면…”
손명재(73세) '뷰티 플라워' 대표는 부평지하상가 한 자리(부평지하상가 나동 81호)를 지키며 27년 동안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손명재 씨는 남편과 함께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1남 1녀를 키웠다. 손 씨의 딸도 네덜란드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며, 한국에 방문할 때면 손 씨의 꽃가게에서 어머니의 일을 돕기도 한다. 손 씨에게 꽃가게는 생업이기도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준, 삶의 전부인 셈이다.
교복 자율화 등으로 의류업이 호황이던 80년대 중반부터 옷 장사를 했던 손 씨가 꽃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꽃에 사람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꽃을 보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꽃이 좋기도 했지만 내가 이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꽃 판매에 뛰어들었어요.”
꽃을 좋아하는 것과 꽃 판매는 전혀 다른 일이라 처음 개업했을 때 어려움이 많았다. 물론 오랫동안 장사로 잔뼈가 굵은 손 씨는 이를 노력으로 극복했다.
“처음 1년은 마음고생 참 심하게 했어요. 고객들이 좋아하는 꽃과 디자인을 전혀 몰랐던 거죠. 꽃과 꽃가게 운영 방법을 더 잘 알기 위해 서울에 있는 전문학원에 공부하러 다니고, 색다른 디자인이 있으면 사 와서 직접 만들기도 했습니다.”
꽃가게 운영만 27년째이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로 장사가 예전보다는 못하다고 한다. 꽃을 사는 고객들은 주로 젊은층인데 청년 취업난도 손 씨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게다가 부평지하상가 주변에 꽃가게가 3곳이 늘어 고객도 줄었다.
이렇듯 장사 여건이 날로 어려워지는 현실이지만, 손 씨는 꽃을 사러 오는 고객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아기 재롱잔치에 쓸 꽃을 사러 온 아기 엄마가 있었어요. 고등학생 시절에 꽃을 사러 우리 가게에 자주 왔었다는데 아이 엄마가 되어 또 온 거죠. 여자친구에게 줄 꽃을 샀던 청년이 애인과 함께 결혼했다고 찾아온 적도 있었어요. 반갑기도 했지만, 꽃이 사람에게 추억을 심어주고,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서로 그 추억을 이을 수 있어서 제가 꽃가게를 계속 운영하는 이유인 듯싶습니다.”
손 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꽃가게를 운영하겠다”며 “경제가 어렵고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드신데 꽃을 보면서 활짝 웃을 수 있고 마음에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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