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합격증 손에 쥐었지만
넉넉치 못한 집안 환경에 기술배워
30여년 외길, 2015년부터 이사장 활동
친환경車 전환→정비 인력 감소 우려
지원책·대책 마련 정부에 강력히요구
보험사, 특정업체 몰아주기 부실 수리로
제대로 된 수리로 당당하게 대가 받아야
우리나라 올해 1분기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는 총 2507만대로 전분기 대비 0.6%(15만9000대) 증가했다. 국민 2.06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30년 전만 해도 집에 자동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1대는 기본에 2∼3대를 지닌 가정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삶의 질을 향상하는 필수 아이템이 무엇이냐 묻는 말에 다수는 자동차를 꼽기도 한다. 자차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여가생활의 편리함과 질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혹자는 집 다음으로 장만해야 하는 것으로 자동차를 택한다. 그만큼 이제 우리 삶에서 자동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비·수리업계다.
수천만 원 들여 산 내 소중한 자동차가 수십 년 튼튼하게 그 값을 했으면 좋겠지만, 소모품은 어쩔 수 없이 하나둘 망가지고 보수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정기검진은 물론,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고 등으로 수리를 위해 정비사업소에 들르곤 한다.
인천에서 인생의 반 이상을 정비사업에 몸담으며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쉼 없이 달려온 배종국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이사장. 그를 만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업계 미래에 투자...인재 양성 힘써야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고등학교 시절을 지내온 그는 당당히 대학교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 시절 많은 집이 그러하듯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사정으로 아쉽지만 입학을 포기해야 했다. 하루빨리 취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그는 무작정 자동차 정비사업소를 찾아갔다. '기술을 배우고 싶다'라는 그의 간절함은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게 됐고, 어색하게 공구를 쥐었던 뽀얀 손은 어느새 30여년 세월의 노하우가 깃든 듬직한 장인의 손으로 변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남동정비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2015년부터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묵묵히 버티고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온 그의 발자취가 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오랜 시간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건 제가 잘나서가 아닌 부족하지만 저를 신뢰해주고 응원해주는 조합원들 덕분이죠. 조합원들의 힘으로 지금까지 조합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배 이사장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직원들과의 관계와 소통도 중요하게 여긴다. 대표라는 생각보다 업계의 선배로서 후배들의 성장을 돕고 응원한다.
“우리 회사에 사회초년생도 고등학교 실습생도 옵니다. 제가 늘 강조하고 부탁하는 게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고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어설프고 실수도 하겠지만 그러니 초년생이고 실습생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렇고 이미 업계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직원들도 모두 그 길을 지나왔습니다. 우리가 그랬듯이 하나하나 배워 성장하면 훌륭한 인재들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업계 선배로서 진심으로 그들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곧 좋은 결과물로 이어진다.
체계적인 업무 처리와 꼼꼼한 정비실력으로 한 번 찾은 고객들은 물론, 입소문을 통해 사업소를 찾는 발길도 잦다.
배종국 이사장은 “고객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자동차를 고쳐야 하는 게 우리의 업무다”라며 “빈틈없이 수리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타개할 대책 마련해야
최근 전 세계적인 친환경 자동차 등 시장의 변화는 정비사업계에 새로운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이 흐름에 어떻게 업계가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변화하겠다는 시장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잖아요. 전기차 등으로 바뀌면 기존보다 부품 등이 많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정비 인력도 확 줄 수밖에 없거든요. 정비 기계 등도 변화하고요. 업계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겁니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지원책과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고 심란한 마음뿐입니다.”
“보험사와의 문제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현재 사고가 나면 보험사에서는 우수협력 업체라고 특정 업체를 고객들에게 소개해줍니다. 협력업체에 사고차를 독점 공급해주고 그 대가로 업체는 보험사의 비용을 덜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용은 저렴할지 몰라도 그에 맞춰 수리가 부실해지기도 합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부실 수리로 고통받고, 업계는 제대로 된 돈을 받지 못하고 일만 많아지는 셈이죠. 보험사에서 밀어주는 차에 의존하지 말고 물량을 덜 받더라도 다 같이 당당하게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늘 강조합니다. 몇천 원 덜 받고 손해 보면서 하지 말고 고객들이 인정할만한 정비하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대가를 받고 일하자는 거죠.”
조금 더 나은 업계 환경 조성을 위해 그는 청와대 앞에서 보험사 정비수가 정상화 요구 1인 시위는 물론, 삭발 투쟁까지 감내하며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배종국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비업이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보람된 일이다. 더 많은 인재가 찾아와 미래를 이끌어갔으면 한다”면서 “나만 잘살자고 하는 일 아니다. 똘똘 뭉쳐서 더 좋은 환경에서 조합원들이 일해야한다. 임기 다할 때까지 이사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힘든 상황들을 타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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