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호의 폭발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미국 정부는 사고 과정과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즉각 대통령 산하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회장으로 전 국무장관 윌리엄 로저스, 부회장으로 은퇴한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을 비롯하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 등 각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다수 참여하였다.
하지만 15㎞ 상공에서 터져 시속 300㎞로 바다에 떨어진 거대한 기계 장치의 잔해로부터 사고 발생의 원인을 찾는 작업은 무척 어려웠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청문회를 비롯하여 수 개월 간의 조사 끝에 마침내 우주 왕복선의 부품 중 하나인 고무 재질의 오링(O-ring)에 결정적 결함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고체로켓부스터는 여러 원통형 용기들이 연결되는 구조로 그 사이에 틈이 존재한다. 오링은 점화 직후 부스터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오링은 적절하게 변형되면서 그 틈을 막아 연료가 새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고무는 고분자 화합물의 일종으로 온도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매우 민감하게 달라진다. 다시 말해 고무는 온도가 높아지면 부드러워지고 반대로 낮은 온도에서는 탄성을 잃고 딱딱해진다.
심지어 저온에서는 금이 가서 깨지기도 한다. 상온의 고무공을 땅에 떨어뜨리면 다시 위로 튀어 오르지만 영하 200℃의 액체 질소에 보관하였다가 꺼낸 고무공은 땅에 닿는 순간 유리처럼 부서진다.
평소 심오한 과학 이론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에 탁월한 파인만은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청회에서 이 원리를 간단한 방법으로 시연하였다. 파인만은 오링과 같은 고무 재질의 고리를 반 바퀴 돌려 8자 모양으로 만든 뒤 죔쇠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고리를 얼음물에 담갔다가 꺼낸 후 죔쇠를 풀었지만 고리는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 즉 낮은 온도에서는 고무로 만든 오링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음을 단번에 눈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발사 당일 최저 기온은 영하 1℃로 발사대에 고드름까지 주렁주렁 생길 정도였다. 또한 오전에 발생한 화재 감지 시스템 문제로 챌린저호는 발사대에 2시간 넘게 방치되었다. 이로 인해 탄성을 잃어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오링은 부스터 내의 가스로부터 지속적인 압력을 받고 파손되었다. 결과적으로 이음새 틈으로 새어 나온 가스가 끔찍한 폭발의 단서가 된 것이다.
챌린저호의 비극은 다방면에 여러 교훈을 남겼다. 공학 설계에서는 작은 실수도 결코 용납되지 않으므로 더욱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었고, 당시 설계 결함을 지적한 협력업체와 NASA 간의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 문제 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는 챌린저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경제 발전의 모델인 오링 이론을 완성하였다. 이 이론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일수록 작은 결함 하나로 인해 생산 과정 전체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으로는 파인만 덕분에 문제점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어 작성한 보고서는 사고 조사의 모범 사례로 남았다.
우주 개척이라는 꿈에 부풀어 시작된 프로젝트는 우주 개발 역사에 크게 기록될 비극적인 사건으로 중단되었다. 이후 우주 왕복선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몇 차례 더 운행되었으나 경제성과 안정성 문제로 인해 결국 2011년 7월8일 아틀란티스호의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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