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반경 사업지구와 겹쳐
“이대로 개발땐 서식지 파괴”
환경운동聯, 철회요청 계획
정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 인근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먹이활동 흔적이 발견됐다. 이대로 도시개발을 진행할 경우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보호단체는 국토부 등을 상대로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10일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의왕시 왕송호수 인근은 정부 3기 신도시 사업이 예고된 곳이다. 이곳에서 수달의 먹이활동 흔적과 배설물이 발견됐다.
실제 이날 오전 환경운동연합 이연숙 활동가와 함께 왕송호수 인근을 돌아보자 금세 수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는 생선 대가리부터 오래전 먹고 버린 생선뼈, 돌 위에 놓인 배설물 등이 있어 최근까지도 활발했던 먹이활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달은 너구리와 달리 딱딱한 생선 대가리와 뼈는 먹지 않는다. 또 손재주가 좋아 부드러운 살 부분만 발라내 먹는다.
발견된 생선 대가리도 아가미 바로 아랫부분까지 알뜰히 살이 발라져 있었다.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피도 마르지 않았고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이연숙 활동가는 마른 생선뼈와 배설물은 이전 탐사에서도 발견됐지만, 방금 먹은 듯한 물고기를 발견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과거 왕송호수에서 수원시로 흘러가는 황구지천에서 수달 서식이 확인된 후 꾸준히 이 일대에서 흔적을 찾아 왔다. 그러다 지난 1월과 2월 탐사에서 생선뼈 등을 발견하고 수달 전문가라 불리는 최종인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최씨는 과거 안산환경운동연합과 시화호 지킴이 등으로 활동하고 한강에서 수달을 발견하기도 했었다. 최씨는 왕송호수 인근을 샅샅이 뒤져 6곳에서 수달의 배설물과 먹이활동 흔적 등을 발견했다.
최씨는 “수달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최소 3마리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왕송호수 인근에는 너구리도 많긴 하지만, 너구리는 뼈를 다 씹어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수달의 흔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왕송호수는 하천과 이어져 호수 중앙에 수풀로 된 섬이 있는 등 수달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며 “호수 중앙을 탐사해보면 훨씬 더 많은 흔적과 수달의 보금자리 등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야행성이다. 밤이면 최대 7.5㎞ 반경을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한다.
수달의 활동반경은 정부가 지난해 8월 30일 3기 신도시로 발표한 의왕군포안산 공동주택지구 부지와 겹친다. 사업 진행 시 서식지가 파괴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국토교통부 등에 사업철회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연숙 활동가는 “의왕군포안산 공동주택지구 예정지는 94%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며 “인간의 탐욕으로 서식지를 파괴하는 개발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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