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16일 느닷없이 연수구 정기종합감사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감사자료를 공개하라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시가 스스로 보도자료를 내 놓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젠 뭔가 달라지는구나」하는 생각도 잠시 뿐. 속 내용을 들여다 보면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보도자료에는 시가 지난 10월19~29일 까지 연수구 감사를 벌여 총 112건의 위법 부당사례를 적발해 시정토록 조치했다는 것. 재정상으로도 37건에 8억2천여만원을 추징했고, 모두 43명의 공무원을 징계·훈계·경고 등 문책토록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엄청난 개가를 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도자료는 실상 알맹이가 쏙 빠졌다.

 이번 연수구 감사에서 최고 쟁점사항은 지난 8월 「연수 트라이피아」 축제 취소에 따른 공신력 실추문제. 구는 감당도 못할 대규모 축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무산시켜 4천만원을 날렸고 여기저기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당연히 이번 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위에 올라 담당자는 징계요구 중에 있고, 구청장도 주의촉구를 받았다. 또 한번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그런데 보도자료에는 무슨 연유에서 인지 이같은 내용은 쏙 빠졌다. 대신 중과세누락, 공사 부당발주, 안전관리태만 등 일상적인 지적 사례들만 건성 건성 적어 놨다.

 기자들이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 한 일. 감사실에 『내용을 보다 자세히 공개해 달라』는 주문이 빗발쳤다.

 오후 6시쯤 마지못해 기자실에 나타난 정연도 시 감사담당관은 『왜 핵심 내용이 빠졌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동행한 감사실 직원들이 『감사자료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능 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이 이어지는 순간에도 엉뚱한 대답을 거드는 수준에 불과했다.

 불과 하루전 서울시는 자체 감찰을 통해 구내식당 식권을 훔쳐냈거나 근무시간에 술마시고 노래방에 들른 직원들을 적발해 징계조치한 사실을 언론에 숨김없이 공개했다. 껍데기만 내놓는 인천시와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속시원히 공개하라』는 기자들 앞에서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버티는 감사관을 보면서 최근 유행하는 「사오정 시리즈」 이상의 쓴웃음을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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