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멈추면 느껴지는 감동
▲ 복합문화서점 마샘에서 지난 1월 열렸던 '반 고흐 음악회' 공연장면.
▲ 이재필 마샘 대표

21일 … 해설 김이곤 예술감독·피아노 방기수·첼로 조명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느리게, 낯설게, 다르게 귀 기울이면 들리는 음악회가 열린다. 책, 음악, 미술이 함께 어우러져 표현되고 나누는 공간, 수인선 인천 소래포구역 앞에 있는 복합문화서점 마샘의 카페 플로리안 공감에서 오는 21일 오후 5시 문학과 예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음악을 즐기는 인문예술운동의 선구자 김이곤 예술감독의 해설과 함께 피아노 방기수, 첼로 조명환의 연주로 '멈추면 들리는 음악회'를 갖는다. '멈추면 들리는 음악회'를 통해 세상이 만들어 준 상식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채, 각자 고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본래 모습을 찾아보자.


# 느리게 :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을 조금만 뒤집어서
평소에 광고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 들었으나 알고 듣지 못했던 음악을 오늘은 귀 기울여 들어 보자. 그동안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들을 그저 허공에 흘려버렸는지 알게되면 스스로 깜짝 놀랄 것이다. 평소에 '빠르게' 생활하며 온갖 백색 소음 중에 전혀 들리지 않았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던 음악을 잠시 '멈추어' 다시 들어보니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이었던가? 혹은 제목까지 생소했으나 내게 익숙한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곡이 있을 것이다. 마치 산을 내려가다 발견한 늘 그 자리에 있던 꽃과 같이, 흘려듣던 아름다운 음악들을 재발견할 수 있다.

<연주곡>
- 크라이슬러 '사랑의 기쁨' : 코미디 프로 '달인' 등 방송매체에서 자주 사용된 곡.
- 루빈스타인 'Melody in F Major Op,3-1' : 커피 광고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익숙한 곡.
-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주제곡 'The whole nine yards' : 영화 인트로 및 홈쇼핑, 광고, 드라마에 사용된 곡.
- 오페라 '보헤미안 걸'의 수록곡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로 유명해진 곡.


# 낯설게 : 늘 익숙하던 생활을 조금만 멀리서
화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음악가는 같은 그림을 오선지에 그린다. 그 그림은 눈만 감으면 나를 그림 속으로 순간적으로 이동시켜주곤 한다. 우리가 늘 '익숙하게' 정면으로만 바라보던 사물을 밑에서도 보고 위에서도 보고 또 다른 다양한 각도로도 볼 수 있듯이 그림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그림이 될 수 있을까? 음악은 늘 귀로만 듣는 것이란 고정 관념들이 있지만 음악이 그림이 될 수도 있다는 '낯섦'을 느낄 수 있다. 작곡가들이 실제로 음표로 소리로 청취자들에게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고 싶어 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취자를 그 공간으로 옮겨 놓으려고 애썼던 음악들이 있다. 연주곡을 감상하며 가끔 눈을 감으면 음악이 그림이 되고 추억 어린 공간으로 나를 순간 이동시킴을 알 수 있다.

<연주곡>
- 생상스 '백조' : '동물의 사육제' 중 첼로 독주곡.
- 쇼팽 '강아지 왈츠' : 자신의 꼬리를 물려고 계속 도는 강아지의 몸짓을 피아노로 그린 곡.
- 베토벤 '템페스트 3악장' : 베토벤이 귀가 어두워졌음에 절망하여 만든 곡.
- 슈베르트 '보리수' :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지고 만난 보리수의 모습을 그린 곡.


# 다르게 : 지금까지와 나를 조금만 달리 볼 수 있다면
내가 평소에 익숙하게 듣던 곡을 다른 이가 편곡해 연주하는 것을 들어보니 "야 이렇게 편곡을 해 보니 완전 다른 느낌이네"라고 느낄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영화가 대 성공을 거둬 후속 작품을 만든 경우 성공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미 유명한 작곡가가 만들어 널리 알려졌으나 그 이후의 작곡가가 '나는 이 곡을 이런 시각으로 보고 싶어', 또는 '이렇게 해 보면 더 아름답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여 원곡에 과감히 수정을 가하여 완전 '타인의 시각'으로 편곡하여 더 유명해진 곡들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자장가, 세레나데, 아베마리아라는 같은 제목의 곡들이 정말 많다. 작곡가별로 같은 제목의 곡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비교하며 차이를 느껴본다. 하나의 사물을 '타인의 시각'으로 보는 '생각의 지경'을 넓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연주곡>
- 카치니 '아베 마리아' : 기도문을 가사로 쓰지 않고 '아베 마리아'가 반복되는 무가사곡.
- 바흐, 구노 '아베 마리아' : 바흐의 원곡에 구노가 독특한 선율을 얹어서 만든 곡.
-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 : '반짝반짝 작은별'로 알려진 프랑스 민요.
- 리스트 '사랑의 꿈' : 원래 성악곡이지만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곡.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사진제공=복합문화서점 마샘



[인터뷰 / 이재필 마샘 대표] "예술적 감수성·인문학적 통찰력 깨울 시간 … 가족과 함께 즐기길"

"지난 1월 초에 2018년 첫 마샘 문화공연인 '반 고흐 음악회'에서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던 우리동네 인문예술운동의 선구자 김이곤 예술감독이 이번엔 '멈추면 들리는 음악회'로 다시 찾아옵니다."
이재필 마샘 대표는 동네 서점의 카페에서 주민들이 음악을 즐기며 인문학과 예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로 의욕적으로 기획한 문화공연 '제르미날'에 대해 "문화공연의 다른 이름인 '제르미날'은 자연주의 문화운동의 창시자인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고 '새싹이 돋는 달'을 뜻하는 것처럼 마음의 싹을 돋을 수 있는 클래식, 재즈, 사물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샘은 도서나 문구 판매와 카페에서 음료 판매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야하는 서점이지만 최근에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인터넷 판매, 온라인 강의 등으로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원래 서점가에서는 '신학기에 한해 농사를 다 짓는다'는 속설이 있어서 지난 2~3월에 기대가 컸지만 워낙 시장 여건이 나빠져 쉽지 않았다"며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연회비를 내는 전국의 독서모임 회원들에게 마샘 추천도서를 한달에 한권씩 보내주는 연간 정기구독 사업인 '북레터 상상상' 등 시공간을 뛰어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을 매개로 책과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추구하는 이 대표는 "마샘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성공적인 정착을 보여 다른지역에서도 마샘을 모범사례로 삼게되길 바란다"며 "지난 2월초에 마샘의 책관리에 대해 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한동안 이어지는걸 보고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하고 '우리가 세심한 부분까지 좀더 신경써야겠구나'하며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시와 음악이 흐르는 '마샘 시음회(詩音會)', 인문·사회학을 다루는 기획강좌 '깊은 샘', 문화교양강좌 '심미안', 마샘 북클럽 '오아시스 북' 등에 이어 새해 들어 야심차게 준비한 문화공연 '제르미날'의 두 번째 작품인 '멈추면 들리는 음악회'에 대해 이 대표는 "김이곤 예술감독이 해설하는 음악회는 어린이, 청소년에게도 예술적 감수성과 인문학적 통찰력을 깨울 수 있는 영감의 시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가족이 함께 참여하면 더욱 좋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