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철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우병철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열풍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슈퍼푸드'란 외래어가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대개는 항산화물질·비타민·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신체와 정신건강에 좋은 식품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에는 콩을 비롯해 녹차·시금치·호두처럼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품도 많지만, 아사이베리·렌즈콩·병아리콩, 퀴노아처럼 이름조차 생소한 외국 농산물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잡곡시장은 수입잡곡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국산잡곡보다 영양적 가치가 월등히 높으며 심지어 건강기능성 효과까지 있는 듯한 선정적인 내용이 홈쇼핑과 각종 건강관련 매체들에 연이어 나오고, 소비자들이 이에 현혹된 결과다.

이로 인해 지난해 렌즈콩 수입량이 1년새 33배 급증했고, 퀴노아와 병아리콩 수입도 8배, 4배나 증가했다. 반면 국산잡곡 소비는 크게 위축돼 2014년산 콩 도매가격이 전년에 비해 15.4%나 떨어졌다.

처음 '슈퍼푸드' 용어가 등장한 것은 마이클 반 스트라텐과 바바라 그릭스의 베스트셀러 'Super food'가 출간된 1990년대였다.

이후 미국의 영양학 권위자인 스티븐 G. 프랫(steven G. Pratt) 박사가 세계적인 장수 지역인 그리스와 일본 오키나와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먹거리 14가지를 선정, 저서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를 내면서 다시 한 번 식탁 위에 슈퍼푸드 바람이 불었고, 미국 타임지에서 세계 10대 슈퍼푸드를 선정해 세계적인 열풍을 만들어냈다.

전문가들은 슈퍼푸드, 슈퍼곡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한다. 우리 몸의 유해 산소를 없애주고 면역력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생소한 식품들이 '슈퍼'라는 이름으로 묶여 상품화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수입곡물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한순간의 유행에 휩쓸려 국산 잡곡을 평가절하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슈퍼곡물은 주로 서양인들에게 맞춰진 경향이 있는데 우리 땅에서 자란 국산 잡곡도 충분히 그 기능을 한다. 검은콩은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 함량이 높고 수수는 식이섬유, 아연, 철, 인, 비타민B 등이 풍부하며 항산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팥은 이뇨작용이 뛰어나 체내 불필요한 수분과 활성산소를 없애주고 조는 미네랄,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철분이 많아 빈혈환자에게 좋다.

모든 음식은 그 식품 고유의 영양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삼시세끼 골고루 먹으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다양한 식품을 먹음으로써 한 식품에 설령 부족한 영양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식품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잡곡을 비롯한 농산물의 기능성 성분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며, 더불어 소비자는 일부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통해 방송과 언론에서 제시하는 과장된 말들을 무조건 믿지 말고 합리적인 가격과 생산환경, 유통과정, 영양학적 가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름 모를 수입농산물에 솔깃하기보다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골고루 잘 먹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며 슈퍼푸드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겼으면 한다. /우병철 농협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