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농업은 자연과 직접 관계를 맺으면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식료(食料)를 생산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환경과의 조화가 기본이다. 이처럼 농업은 근본적으로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 농업을 기본산업으로 하는 농산촌은 도시인에게 매력이 있는 곳이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인 ‘유토피아’는, 농촌과 도시가 결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농촌이야말로 축복받은 땅임을 그리고 있다. 예컨대 농산촌에서 2년을 지낸 사람은 농산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고, 의무적으로 도시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 이들이 떠난 농산촌에는 도시에서 2년 동안 살았던 사람이 와서 메우게 된다. 이때 농민과 도시민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식량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일부씩 순차적으로 교대하도록 한다. 이것은 누구나 오래 있고 싶어 하는 농산촌 생활을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계속 농업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은 특별허가를 얻어야 몇 년간 더 살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도시에 사는 것은 의무이고, 농산촌에 사는 것은 도시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인 셈이다.
토머스 모어는 그 당시에 이미 오늘날 우리의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예견한 것 같다. 모두가 농산촌을 버리고 도시로 떠남으로써 농촌 공동화(空洞化)에 따른 공업화와 도시 과밀화의 위기를 내다본 것 같다. 470여년이 흐른 작금의 한국 농촌·농업은 분명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토머스 모어의 예견대로라면 오늘날의 위기는 농업과 농산촌의 위기가 아니라 바로 도시의 위기라 해야 옳을 것 같다. 이제 극단적인 과밀화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도시민들 가운데 집단적으로 대도시 탈출작전이 시작될 것이다. 이들은 왜 대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릴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일까?, 혹 농산촌에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바로 매력이다. 나무와 풀, 새와 짐승, 이름모를 곤충과 들꽃 등 농산촌에서는 하찮고 무관심한 것들이 도시인들에겐 색다른 매력이요, 관심거리인 것이다. 이런 매력을 상품화 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농업활성화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농촌클러스터 정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그런데 실천단계서부터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 즉 지역농업클러스터의 사업방향이 지역농업활성화 차원과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농공단지 육성정책과 같은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농산촌의 매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혁신 주도품목에 대한 투자·육성차원을 넘어 ‘농촌문화산업’에 대한 클러스터 정책도 내실화 시킬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멈춰있는 자동차를 움직이려고 할 때 처음에는 큰 압력을 가해야 하지만 일단 움직이고 나면 적은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농촌문화산업에 대한 클러스터 정책이 ‘한국 농산촌의 매력’을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