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선관위, 행정처분 124건 확인
고소·고발 등 난무…갈수록 심화 전망

4·10 총선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경기지역 선거구에서 정책 대결이 사라졌다. 올해 들어 후보들 간 고소·고발 등이 난무하면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석 달도 안 된 시점에 무려 120여건의 행정 처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선관위는 지난 1월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총선 출마자들의 기부행위·허위사실 공표·공무원 선거 개입 등에 대해 124건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도선관위의 행정 처분은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상 저촉되는 행위들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부행위 5건, 불법 인쇄물 14건, 불법 시설물 28건, 허위사실 공표 20건, 공무원 등 선거 개입 1건, 여론조사 왜곡 관련 16건, 기타 40건 등이다. 도선관위는 이 중 8건에 대해 고발했고 3건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했다. 도선관위는 나머지 113건에 대해선 경고 등 조치를 했다.

도선관위는 자체적인 조사보다 제보를 통해 처분된 게 많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한 번꼴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후보들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서 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현재도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 간의 고발이 오가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날 홍철호(국민의힘·김포을) 후보를 선거법 위반 행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가 지난 22일 단체 모임이 있었던 대곶면의 한 식당을 찾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는 박상혁(민주당) 후보는 이미 홍 후보를 선거법 위반으로 도선관위에 신고한 상태다.

▲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26일 홍철호(국민의힘·김포을)를 선거법 위반 행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가 지난 22일 대곶면의 한 식당에서 단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다. 사진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홍 후보의 모습.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홍 후보 측은 인천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초청이 있어서 안 갈 순 없으니 간 것”이라며 “다만 현장에서 자리에 있는 단체 사람들이 너무 많아 관련 법상 저촉이 될 수 있기에 바로 자리를 떴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용인지역 시·도의원들도 같은 날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이언주(용인정)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들이 다 초선이다. 지역 연고가 하나도 없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 국민의힘의 용인지역 시·도의원들이 26일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언주 후보(민주당·용인정)를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했다고 했다. 사진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들은 국민의힘 소속인 강철호(용인정)·고석(용인병)·이상철(용인을) 후보 모두 출마 지역에서 각각 연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후보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연고라는 건 태어나 자란 곳을 의미한다”며 “잠시 살았거나 인연이 있는 곳을 연고라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해석과 기준이 다양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책은 실종되고 혼탁 선거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최근 중앙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공론화하는 듯하지만, 이마저도 생산적인 논쟁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 사안에 대해 사실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국민의힘은 북부특별자치도와 서로 상충하는 '메가 서울'을 같이 거론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총선 과정에서 정책 경쟁이 실종된 데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경제·민생과 관련된 생산적인 정책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비방전 내지는 고소·고발이 일어나는데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생산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선거 이후 논의가 사라지기에 피해는 시민들만 보게 된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