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간 경쟁 시대…'문화도시 인천' 이정표 제시

'인천 문화지표' 전국 평균 밑돌아
전문가들, 도시 현안 비판·대안 제시
도시 발전·시민 삶의 질 향상 기대감
▲ 복합문화공간 '상상플랫폼'이 들어서게 되는 인천항 8부두. /사진제공=인천도시공사

주말, 강화 원도심 '스토리워크' 탐방에 나섰다. 읍내를 거닐며 고려·조선, 구한말의 역사문화와 만났다. 강화순두부 맛집에도 들렀다.

강화 소창체험관·동광직물생활문화센터·기독교역사기념관은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로컬 100(지역문화 매력 100선)'에 선정된 인천의 역사문화 탐방 코스다. 이 외에 서구 녹청자박물관과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가 인천의 지역 문화로 선정됐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는 인천 개항장문화지구-인천차이나타운-송월동 동화마을, 강화 스토리워크, 백령도-대청도, 송도국제도시의 센트럴파크가 올랐다. 인천을 알리는 대표적인 문화자산 키워드인 셈이다. 하지만 문화도시를 향한 인천의 인프라로 내놓기에는 아직 아쉬운 점도 많다.

▲ 인천개항장 일본우선주식회사 등 옛 역사문화자원 건물을 재생한 인천아트플랫폼 거리. /출처=인천광역시
▲ 인천개항장 일본우선주식회사 등 옛 역사문화자원 건물을 재생한 인천아트플랫폼 거리. /출처=인천광역시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확보할 문화도시 인천 육성은 인천시민의 삶의 질과 연관된 중요 과제이다. 인천시가 2004년부터 4년마다 발표해온 '인천 문화지표조사'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7개 특·광역시 중 문화정책, 문화자원, 문화인력, 문화활동, 문화향유 등 전반적인 문화지표 영역에서 인천은 전국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시설 관람률을 보면 조사 4년 전보다 서울은 오르고. 인천은 내렸다. 문화관람이 서울로 편중되는 현상이라는 예측과 함께 인천시민의 문화향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예로 인천에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어 가깝게는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 가야하고, 좀 더 멀게는 용산구 블루스퀘어,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등으로 문화 유랑을 떠나야 하는 형편이다. 더욱이 인천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구상된 송도국제도시 인천아트센터도 기대했던 오페라 전용극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또 인천 문화지표조사에서 인천시의 문화도시 근접 정도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자의 반 정도가 '가깝다'(10점 척도, 6.35점)고 응답했으며, 문화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즐길 거리', '문화예술활동 참여', '교양과 지식수준이 높은 도시', '유명 문화예술인 배출', '도시 미관' 순으로 판단했다. '로컬100' 홍보행사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강조한 것처럼 “문화로 머물고, 살고, 가고 싶게 만드는 새로운 지역”으로 인천을 세워야 하겠다.

인천학회와 인천도시공사, 인천일보는 2021년 10월부터 '인천 미래 가꿈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하고 1년여 동안 도시재생 등 300만 대도시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제시한 바 있다. 이어 2023년 2월부터는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다룬 연재를 시작하고 연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천 도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도시공사(iH)의 지역발전 의지와 인천의 대표적인 지식공동체인 '인천학회' 소속 전문가들의 도시 현안에 대한 발전적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다중·집단지성의 연구와 실천의 성과였다. 또한 인천시민의 사고를 끌어내는 '인천일보'의 의제설정자로서의 언론 기능이 발휘된 공동기획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둔다.

오늘날 국가발전의 핵심은 국가 간 경쟁에서 도시 간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출신을 알리기보다는 LA, 런던, 파리에 거주하는 사실을 더 내세우게 된다. 이미 세계적 문화도시로 인정받는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피렌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중국 상해, 일본 도쿄 등은 국제적으로 누구에게나 매력 있는 도시로 인식된다. 이번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기획에 인천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가꿔 세계 문화도시와 어깨를 견주게 되길 바라는 탐구적 주장과 제언을 담았다.

대부분의 선도적 문화도시들은 역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시의 특징적인 공간에 예술성을 부여하고, 문화 체험과 이벤트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문화도시를 향한 개항의 도시 인천의 장점은 항만과 수변공간이다. 그러나 근대문물이 유입된 개항도시로서의 문화 정체성과 도시 특성이 체계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는 시민들의 여가활동 해양관광지로서 친수공간을 제공했으며, 일본 개항의 도시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미래)21 사업, 미국 볼티모어 이너하버(InnerHarbor),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Hafen City) 등은 항만도시로서 문화재생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 인천 중구 개항장 역사문화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3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에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 인천 중구 개항장 역사문화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3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에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공동기획 첫 주제는 '인천의 유일·유리·유명한 것'(2023.02.08 5면)이었다. 갑문 도크와 정온수역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쇼를 제안하면서 '유일한' 사례로 폴란드 라츠와비체 파노라마관, 일본 도쿄 에도도쿄박물관이 소개됐다. 이후 연재에서 인천 문화도시 육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인천 축제의 도시 브랜딩 측면에서 콘텐츠 개발과 운영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다문화 도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인천 도시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플래그십 개발(flagship development)은 뮤지엄(박물관, 미술관)을 도시 브랜드 제고에 활용하는 대표적 전략 중 하나이다.

△제물포의 매력을 키울 '미래도시 디자인'을 펼쳐야 한다.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한 내항 일대 관광 명소화 전략은 인천시의 타 관광거점과 연계한 통합적 미래 관광의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공연전문 프로그래머와 축제기획자 등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항구도시 인천은 스마트 정보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편리하고 지능적인 도시로 육성돼야 한다. 탱고의 도시 아르헨티나 보카지역,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지역 칼라사타마, 스웨덴의 함마르비 허스타드 등이 있다.

△인천의 '실재'가 보유한 '아우라'로부터 '이미지'를 창출하길 바란다.

△도시의 랜드마크도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줄 상징이나 브랜드, 심볼 등이 합체되어야 한다. 파리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 로마 콜로세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런던 타워브리지 등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Smart Nation), 뉴욕 'NYC Open Data' 프로젝트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도시의 모든 측면에서 혁신을 가져온다.

△해안도시 인천의 도시 구조와 해안 특성 등을 고려하여 해안선과 수변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갯벌의 경관적 특징에 맞는 수변공간을 만드는 것은 다차원적인 인천의 가치를 지닌다.

△미래도시 인천의 중심가치는 스마트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안전도시 구축이다.

인천이 선진문화와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 140년이 됐다. 1883년 인천의 개항은 근대도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개항과 더불어 각국 조계를 둔 서구식 도시계획이 도입된 이후 항만도시 인천은 바다를 매립하면서 크게 확장됐다. 도시구획, 택지개발, 도시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 개발 사업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인천은 과거에 머문 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심 도시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또 2000년대 루원시티, 도화지구, 용현학익1블럭 등 도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거쳐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개항창조도시, 개항로 사업 등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도 추진됐다. 물리적 도시환경의 개선에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변화의 계기를 만든 시기이다. 하지만 원도심은 쇠퇴하고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도시 발전의 격차가 파생되기도 했다.

영국 리버풀의 알버트독과 같은 산업유산 정비를 통한 문화예술 단지 조성도 문화도시 인천의 벤치마킹 자산이다. 해안선을 따라 대한제분, 대성목재, 대한석탄공사, 조선유리, 동양방적, 조선제작소, 조선화학비료, 인천전기공업, 인천공작창, 대한중공업 등 근대 부두시설과 산업유산이 분포돼 있다. 해양 친수공간을 확대해 문화·관광의 거점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21세기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 최종 승부처가 바로 문화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는 세계의 문화수도로 인식된다. 프랑스보다 파리 도시 자체가 국가위상을 대표하는 현실이다.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은 문화이다. 문화도시 인천 조성은 새로운 인류 문명과 문화를 창출하는 도시발전의 원동력이다. 1년에 걸친 <인천 미래 가꿈 프로젝트-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연재는 무한한 가능성의 문화도시 인천의 미래를 제시한 이정표라고 자부한다. 인천 문화도시 육성을 성원한 인천학회, 인천도시공사와 지역의 문화현상과 문화향유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해 온 인천일보의 공동기획이 문화 선도도시 인천 발전과 인천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 집필진의 전문적 식견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 김형수 주필
▲ 김형수 주필

/김형수 인천일보 주필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관련기사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글로벌 도시 인천의 미래 성장 동력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의 1호 공약,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인천 원도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사업이다. 그리고 송도, 청라, 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2호 공약, 뉴홍콩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확한 해법 찾기가 중요하다. 도시, 건축, 역사, 문화, 산업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혼자 할 수 없다. 과거, 현재, 미래 인천의 특성(산업, 수변, 역사, 공항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인천을 사랑하는 인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글로벌 예술 교육 도시의 비전 문화 향유 증진하는 문화 예술 교육 펼쳐야삶의 질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가치관이 급변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일상이 여가이고 개인화 현상이 강조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주된 양상이다. 일만큼 여가를 중시하는 균형 있는 삶을 영위하려는 행동 패턴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기대 수명도 늘어나 시니어 세대의 노후 생활은 상당 부분 여가 활동이 차지하게 된다.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은 34.5% 수준으로 개인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노동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문화 거점으로 도서관 기능 확충해야 도시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시설 인프라 가운데 유년기부터 성인까지 가깝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시설은 도서관이다. 시·군·구와 교육청 단위로 다수의 시설들이 지역마다 운영된다. 최근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시설도 편리한 기능의 공간과 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하지만 막상 도서관에 가 보면 시간대나 세대별로 시설 이용에 아쉬운 부분을 체험하게 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로 제한되고, 아이를 데리고 찾게 되는 부모는 어린이도서관을 주로 이용해야 하는 점에서 조금 더 [인천 글로벌 도시를 위한 문화비전] 함께 만드는 미래도시 인천, 스마트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안전도시 바야흐로 도시의 대전환 시대이다. SF영화에서 보았던 자율주행 자동차와 도심항공교통수단(UAM)으로 이동하면서 가상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삶과 여가를 공유하는 세상이다. 나무와 새, 나비와 함께 살아가는 초고층 아파트 생활과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열과 풍력으로 자급자족하는 도시 등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가 처음 겪는 글로벌 재난인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급속도로 가속화했다. 더불어 장수 혁명과 낮은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