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경제발전 조화, 무엇보다 중요”

빈곤 퇴치·기아 종식·건강 웰빙 등
17개 과제 2015년 유엔 총회 채택

현재 깨끗한 물, 위생 보장에 집중
녹지 많고 친수공간 품은 '송도'
기후변화 대응 보여주는 현장

박원장 "국제사회 롤 모델 될 수 있어"
▲ 박천규(오른쪽)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원장과 신용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협력특보가 지난달 11일 송도국제도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위치한 UNOSD 사무소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는 세계 모든 국가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한 변혁적인 목표를 일컫는다. 2015년 유엔(UN) 총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속가능 발전 의제는 인류의 보편적인 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담고 있다. 박천규(59)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원장은 “지속가능 발전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대한민국이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15개 국제기구 가운데 하나인 UNOSD는 2011년 설립됐다. 지난달 중순 '지속가능 발전 전환 포럼'을 앞두고 송도국제도시 연세대 국제캠퍼스 사무실에서 신용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협력특보와 만난 박 원장은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현주소부터 짚었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가 17가지로 이뤄져 있네요.

-인류가 추구해야 할 발전 목표로 이해하면 됩니다. 후손도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사회 발전을 아우르고, 환경 보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첫 번째 목표는 '빈곤 퇴치'입니다. 하루 소득이 1달러 90센트에 못 미치면 극빈층으로 봅니다. 우리 돈으로 2500원 수준이죠. 두 번째 목표는 '기아 종식'입니다. 여전히 기아에 시달리는 나라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건강과 웰빙', 네 번째는 '교육 보장'입니다. 이렇게 총 17개 목표가 있고, UNOSD는 지금 여섯 번째인 '깨끗한 물과 위생 보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발전 개념의 출발점은 언제였습니까.

-지속가능 발전은 1987년부터 나온 개념입니다. 경제 개발 위주로만 발전하면서 부작용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죠. 영국도 산업혁명 이후 템스강 오염을 해결하는 데 100년이 걸렸습니다. 복구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 셈입니다. 급격한 발전은 부작용이 생긴다는 게 역사가 주는 교훈입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 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 발전이 이정표로 제시됐습니다.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개 지속가능 발전 목표는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고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임기 때였네요.

-반 전 총장이 주도적으로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지속가능 발전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환경 보전입니다. 환경을 보전하면서 경제 발전을 조화시키는 게 쉽지 않거든요. 특히 개발도상국은 경제 발전을 중요시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환경보다 경제 발전에 치우쳐 있었죠. 지금은 대기업도 환경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환경 측면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이 팔리지 않거든요. 개도국의 지속가능 발전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UNOSD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1년 유엔과 한국 정부가 협약을 맺고 신설됐으니까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가 지난달 16~19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한 '지속가능 발전 전환 포럼(SDTF)'. /사진제공=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

▲유엔에서 UNOSD의 위상도 궁금합니다.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 조직에 소속된 프로젝트 사무소입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 지휘 감독을 받습니다. 정직원은 원장을 포함해 9명입니다. 기본적으로 환경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까 개도국 공무원과 학자들을 초청하거나 현지에 방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하는 '지속가능 발전 전환 포럼(SDTF)'에는 올해에도 41개 국에서 참여합니다.

 

▲원장은 어떻게 선임됩니까.

-유엔에서 공고하고 채용 절차를 거칩니다. 초대 원장은 파키스탄 출신이었습니다. 개도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선 유엔 소속 기구 수장이 되는 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닙니다. 그래서 경쟁도 치열하죠. 대표성도 중요한데 한국은 기여금에 비해 유엔본부와 산하 기구에 진출한 인력 숫자가 적다는 아쉬움이 있죠.

 

▲환경부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하며 차관까지 지내신 경력이 국제기구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 공무원으로 29년간 근무했습니다. 특히 환경 분야는 국제 협력이 중요합니다. 환경부에서 일했을 때 주유엔대표부로 3년 6개월 동안 파견 근무를 가면서 유엔 쪽 업무를 익힐 기회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개도국에서 벗어난 시기를 언제라고 보십니까.

-2010년으로 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라는 게 있습니다. 공적개발원조(ODA), 그러니까 개발 협력을 제공하는 국가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나라가 거기에 가입한 때가 2010년입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뀐 거죠. 그 전에도 OECD 회원국이었지만, 원조를 받아서 경제·사회 발전을 이룩했고 개발원조위원회에 들어갔으니까요.

▲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가 지난 9월 인천 승기하수처리장에서 개발도상국 정책이행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
▲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가 지난 9월 인천 승기하수처리장에서 개발도상국 정책이행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

▲UNOSD가 2011년에 설립된 것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데,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진 셈이죠.(웃음) 물론 국제사회에 기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과를 다른 나라들에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요. 올 들어서도 동티모르·에콰도르를 다녀왔고, 모로코 현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우리 경험을 공유하고, 그걸 바탕으로 각 나라에서 환경을 보전하면서 경제·사회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방문했던 몽골은 99%를 지하수에 의존합니다. 지하수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갈수록 더욱 깊이 파야 하고, 한번 오염되면 치유도 어렵거든요. UNOSD가 정책 자문을 했고, 올해 4월에는 몽골에서 30여명을 초청해서 통합 수자원 관리를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UNOSD 활동이 인천 시민에게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합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는 녹지 확보율이 높고, 친수 공간도 품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보여주는 현장이죠. 지난 9월에는 개도국 정책 결정자 30여명을 초청해서 인천환경공단 승기하수처리장을 방문했습니다. 고등학생 대상으로 모의 유엔 프로그램도 엽니다. 인천은 국제사회에서 롤 모델과 같은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용석 인천경제청 국제협력특보
▲ 신용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협력특보

/대담 신용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제협력특보

/정리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에 기반...개도국 교육 프로그램 진행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는 유엔과 한국 정부가 협약을 체결하면서 유엔 경제사회처(UN DESA) 산하 기구로 2011년 설립됐다. 이듬해 6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사무국이 문을 열었다.

UNOSD는 주로 개발도상국을 위한 지속가능 발전 전략 수립과 이행을 지원한다.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에 기반한 17개 과제를 적용해 개도국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례 행사로 UNOSD는 '지속가능 발전 전환 포럼(SDTF)'도 개최한다. 지난달 16∼19일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포럼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2023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보고서'가 공유됐다.

UNOSD 관계자는 “기후변화, 정치 분쟁, 취약한 세계 경제,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는 지속가능 발전 목표 도약을 저해하고 있다”며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서 지속가능 발전 목표 이행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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