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터 비에리./사진=출판사 한저 트위터 캡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세계적 인기를 끈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저자 페터 비에리가 지난달 27일 별세했다. 향년 79세.

4일(현지시간) 스위스 공영언론인 스위스인포 등에 따르면 비에리의 책을 펴낸 출판사 한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소설가를 잃었다"며 그가 영면에 들었음을 알렸다.

유명 소설가이자 철학자로 알려진 비에리는 1944년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나 영국과 독일에서 철학과 인도학 등을 전공했으며 1971년 독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 마르부르크대와 베를린자유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95년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페를만의 침묵』이란 책을 시작으로 소설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1998년 두 번째 장편 『피아노 조율사』를 낸 데 이어 2004년 드디어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펴내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가가 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당시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수백만 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고, 2013년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철학자로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 『삶의 격』으로 2014년 독일어 최고 철학 에세이 작품에 수여되는 트락타투스상을 받은 바 있다.

출판인 조 렌들은 "철학자는 작가에게서, 작가는 철학자에게서 배웠다"며 "그의 소설은 인간성에 대한 위대한 질문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2020년 발표한 장편 『언어의 무게』로, "우리의 시간을 멈추는 것은 아름다운 문장뿐"이라는 그의 한평생 통찰이 섬세하게 담겨있다.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

"사람은 글을 쓰지 않으면 깨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 페터 비에리, 그의 글은 앞으로도 또 다른 누군가를 눈을 뜨게 할 것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