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대비 1977년 물동량 173%
제2도크 축조 5년도 못 돼 '포화상태'
1996년 체선율 36.8%…2910억 손실
이듬해엔 32.7%…부산은 8.5% 그쳐
'갑문항' 특성으로 이용료도 3배 달해
1998년 '대체 항만'으로 평택항 등장
이야기의 순서상 인천항 외항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이번 주제부터 언급하는 것이 옳았던 것인데, 제2도크 축조에 이어 외항을 연달아 소개하는 바람에 순서가 엇갈린 것이다. 갑문 밖 외항들은 구조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내항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건설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간만의 차와 갯벌로 이루어진 좁은 수로 등은 일찍이 개항 전후부터 대두된 인천항의 최대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인천항은 수도권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해서 항만의 완비는 필수였고, 결국 1918년에 그 같은 천연의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1도크를 고안해 낸다.
이후 반세기여가 지난 1974년, 협소한 인천항 확장을 위해 제2도크를 완성하지만, 그래야 좀 더 넓어진 인공 호수에 갑문을 단 도크라는 숙명적인 약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약점은 인천항을 끝내 고질절적인 체선, 체화 항만으로 낙인찍게 했던 것이다.
인천 도크 항 시설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수출입 물동량의 증가 추세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어 벌써부터 체선, 체화 현상을 빚고 있는 등 인천 도크 항은 80년대를 내다보지 못한 채 좁은 안목으로 설계됐음을 드러내고 있다.
28개 선석(船席)과 연간 하역 능력 872만t 규모의 인천 도크 항은 지난 74년 5월 10일 문을 연 후 75년 한 해 동안 수출입 물동량은 410여 만 t(인천 내외항의 전체 수출입 물동령은 998만t)이던 것이 76년도에는 510만t(〃 1036만t)으로 23%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77년도에는 무려 40%나 늘어난 710만t(〃 1368만t) 그리고 올 들어 지난 4월말 현재의 물동량이 278만t(〃 531만t)으로 작년도 같은 기간 213만t(〃 428만t)보다 30%의 증가율을 보였다.
인천지방행운항만청은 올해 도크 내의 물동량이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날 850만t으로 추계하고 있어 현재의 인천 도크 항 시설 규모로는 내년도부터 벌써 수용 능력을 감당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인천 도크 항은 개항된 지 5년도 못 돼 포화현상을 면치 못하게 된 것.
케케묵은 1978년 5월20일자 동아일보의 기사이지만, 또 기자는 우리 경제 규모의 확대에 따라 해마다 늘어나는 수출입 물동량을 들어 “80년대를 내다보지 못한 채 좁은 안목으로 설계됐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그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기서 우리는 인천항의 운명, 숙명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제2도크 개항 5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이 정도로 체선·체화가 극심한 지경이라면 그처럼 따가운 비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66년 제2도크 착공 당시의 우리 국력과 공사 과정 중의 우여곡절들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어쩌지도 못할 상황이었음은 이미 전에 언급한 사실이다.
아무튼 인천항은 이 무렵 여러 언론으로부터 툭하면 “체선율 1위의 ¨명예〃”니 “인천항은 보통 체선율(배를 댈 곳이 없어 화물선이 12시간 이상 외항에서 기다리는 비율)이 20%대에 달해 악명 높은 항구”니 하는 소리를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동아일보 보도 18년 후인 1996년의 인천항의 체선율은 거의 최악의 수준에 달해 그에 따른 손실 비용도 엄청났다. 그해 5월25일자 조선일보가 그 심각한 실상을 보도하고 있다.
해운항만청은 또 항만 시설 부족이 상품의 적기 수송 지연과 물류비 증가를 초래, 우리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만별로는 인천항의 경우 체선 척수가 2020척으로 가장 많았고 체선율(입항하는 선박에 대한 체선 선박의 비율)도 36.8%에 달해 가장 높았다. 인천항은 손실 비용도 가장 많아, 선박의 회전율 저하에 따른 직접 손실액 2522억 원 등 모두 2910억 원의 손실액을 기록했다.
특히 1997년 1월22일자 조선일보는, 해양수산부에서 국내 주요 항만의 체선율 저하를 위해 항만별 체선율 목표를 할당하는데, “부산의 경우 지난해 8.5%였던 것을 7%, 인천항의 경우는 32.7%에서 25%로 각각 낮춰 잡아 각 부두 시설을 최대한 확대 가동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보도한다.
우선 이 보도 내용에서, 1970년대 말경에 이미 체선율이 '20%대에 달해 악명 높은 항구'라고 소문이 났었는데, 10년도 채 안 돼 인천항의 체선율 저하 목표 할당량이 25%라면, 제 아무리 듣기 부끄러운 '악명'이라도 어쩔 수 없었던 심각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넓은 자연 항만인 부산항과의 체선율 비교에서는 차라리 체념과 절망을 느낄 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2001년에 개최된 「동북아 허브-포트 지향 인천시민대토론회」는 “인천항은 추락하고 말 것인가.”라는 자문(自問) 속에 “위기의 인천항”에 대한 종합 진단과 함께 그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원론적이지만 “갑문식 항만인 인천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갑문 없이도 입출항이 자유로운” 항만의 개발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던 것이다.
그날 지적된 또 한 가지 인천항의 문제점은 지독한 체선, 체화 외에도 고율의 항만 이용료였다. 인천항 항만 이용료는 부산항의 3배에 달했는데, 이 또한 인천항이 갑문항이라는 어쩔 수 없는 조건 때문이었다.
갑문식 항만인 인천항의 항만 이용료는 2099만 원(2만 t급 기준)으로 갑문이 없는 부산항의 항만 이용료 717만 원보다 3배나 비싸다. 선박 입항료, 접안료, 정박료 등은 부산항과 같지만 갑문으로 인해 외항에서 내항까지 거리가 길어져 도선료, 예선료, 통선료 등이 월등히 비싸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이 같은 인천항 내항이 안고 있는 악조건과 고질적인 체선, 체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갑문 없이도 입출항이 자유로운' 외항들 곧 남항, 북항, 그리고 인천신항 등이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이 외항들은 내항의 한계였던 협소한 배후 부지 문제에서도 훨씬 넉넉하고 자유로운 항만들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인천항의 입지로 볼 때, 등 뒤에 놓인 수도권의 과밀한 인구와 거대한 산업단지는 양날의 검이었다. 이로 인해 인천항이 더욱 활성화되면서도 동시에 늘 복잡하고 불편한 운송 교통망으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통 문제 또한 인천항을 체선·체화의 악항(惡港)으로 만든 또 한 원인(遠因)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체선·체화 문제가 개선되고 교통 운송 문제 역시도 수월해진 것은 분명하나, 1990년대 말까지 이어진 극심한 인천항의 여러 악조건들은 1998년, 결국 인천항을 대체하는 항만으로서 평택항의 등장을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김윤식 시인·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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