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대화 패턴이 이전과 달라졌다.”
경찰이 ‘인천 강화도 농수로 살인 사건’ 진범인 피해자 남동생이 누나 행세를 하며 가족에게 보냈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미묘한 변화’를 포착하고 동생을 용의 선상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평소 문장에 마침표를 찍지 않았는데 부모가 가출 신고를 한 시점부터 마침표가 2~3개씩 찍혀 있던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2일 강화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심사대에 오른 A(27)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던 30대 친누나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누나 행세를 해왔다.
A씨는 부모가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누나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자신과는 연락이 된다며 안심시켜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올 2월14일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자 본격적으로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카카오톡을 통해 “어디냐”,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B씨에게 보낸 뒤 B씨 계정에 접속해 “남자친구와 있다”, “찾으면 집에 안 들어가겠다”는 답장을 보내며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며냈다. 이 메시지를 본 어머니는 지난달 1일 가출 신고를 취소했다.
이후 B씨 시신은 같은 달 21일 오후 2시12분쯤 강화군 삼산면 석모3리 마을회관 인근 농수로에서 발견됐다.
특히 경찰은 B씨의 생전 행적을 조사하던 중 그와 동생 A씨 등 가족이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
B씨가 평소 문장에 마침표를 찍지 않았는데 가출 신고 이후 작성된 메시지에는 마침표가 2~3개씩 찍혀 있었던 것이다. B씨가 잘 안 쓰던 단어들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도 참고인 조사에서 해당 메시지들을 살펴본 뒤 “딸의 대화 패턴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출 신고 이후 피해자가 작성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마침표를 찍는 등 작은 변화가 생겼고 이를 수상하게 여겨 남동생을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경찰에 체포된 뒤 강화서에서 진행된 1차 조사에서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누나가 ‘집에 늦게 들어온다’며 잔소리를 한 것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B씨 시신을 열흘간 아파트 옥상에 숨겨 놓은 뒤 같은 해 12월 말 차량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강화도로 이동해 농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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