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농법인 82곳 수사
개발호재 지역 1년내 팔아
이익 규모만 수백억대 전망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이 가짜 농업계획서로 농지를 헐값에 사들인 후 비싸게 판 영농법인을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수사를 영농법인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도내 토지거래 5만여건 중 부동산 투기 정황이 있는 영농법인 82곳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경찰은 이 법인들이 농업경영 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땅을 사들인 뒤 기획부동산의 형태로 토지 지분을 쪼개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내 한 영농법인은 2017년부터 최근까지 지자체에 70여 차례에 걸쳐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사들였다. 이후 이 농지를 일반인에게 쪼개 팔아 100억원 상담의 이익을 봤다.

특히 이들 법인은 '개발 호재'가 있는 용인, 평택, 이천, 여주 등 수도권 외곽지역의 농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일부는 토지를 매입한 지 채 1년이 되기 전에 땅을 팔아치웠다.

경찰은 이들 법인이 농지 판매로 거둔 이익 규모가 수백억 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업인만 보유할 수 있지만, 농지법 등에 허점이 많아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작·경영하거나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이거나 ▲1년 중 90일 이상을 농업에 종사 등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농지를 사들일 수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부동산과 관련된 집중적인 수사를 폈다. 민변 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LH 전현직 15명을 시작으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사들인 공직자와 정치인 225명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후 농지법 위반과 기획부동산까지 수사를 확대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첩보를 입수해 영농법인들의 토지 취득 과정을 분석하던 중 82곳의 범법 행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재 내·수사 중인 영농법인 말고도 농지법을 위반한 경우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