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리뷰기사를 쓰려고 영화 '김복동'을 봤다.

영화 속 할머니는 94세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고 쉽게 피곤해했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정신만은 꼿꼿했다.

다른 위안부 할머니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걸 보고 “졸라게 맛있지?”라며 씩 웃을 때는 꼭 14살 소녀 같았다.

그녀는 14살 때 일본군 성노예 현장에 끌려갔다. 이후 평생을 일본의 사죄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바쳤다.

김복동은 이제 없다. 끝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로 지난해 한 많은 인생을 마쳤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김복동의 이름이 나온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위안부와 관련된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으면서다.

그중에는 윤 의원이 딸 대학 등록금을 김복동 장학금으로 충당했다는 대목도 있었다.

영화에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김복동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것으로 그려졌다.

함께 수요집회를 진행하며 그들을 돕고 때로는 이끌기도 했다. 할머니들에게는 고된 길을 동행하는 동지이자 가족이자 역사의 기억자였다.

이런 존재가 할머니들을 앞세워 모금한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웠을 수도 있다는 의혹 자체가 씁쓸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입을 통해 폭로됐다는 지점이 더욱 그렇다. 검찰수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폭로와 의혹이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윤미향 의원 측이 보인 태도다. 그는 “할머니의 나이가 많으셔서 기억이 잘못됐다”고 했다. 고령을 약점 잡아 본질을 물타기 하려는 수법이 어째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별짓 다하는 일본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역사의 희생양으로 억울한 한평생을 지낸 위안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발언은 삼가길 바란다. 그것이 한때나마 할머니들의 동반자였던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의리다.

 

장지혜 문체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