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 "업체와 대책 협의" … 업체 "매장 없어지면 계약 해지"
대책없이 백수로 … 온라인쇼핑 탓 타지점 입점도 별따기
▲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정상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롯데와 신세계 간 이권 다툼으로 백화점이 이중으로 생기는 바람에 한순간 일자리가 없어진 거잖아요. 부평점도 문을 닫으면 실업자가 더 많이 나올 텐데, 저희 정말 갈 곳이 없어요. 여기 사람들, 다 한 달 벌어서 그걸로 생활하는 사람들이에요."

영업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천점. 3층 한 의류매장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30대 여성 매니저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12년간 머물던 일터를 하루아침에 잃은 탓이다.

A씨는 "그동안 수차례 백화점 측에 영업 종료 시점을 물었으나 모른다고 일관하다가 1월 말 불러서는 한달 내 매장을 정리하라고 통보해 배신감을 느꼈다. 결국 아무 대책도 없이 실업자가 됐다"고 했다.
인천점이 3월부터 문을 닫으면서 실직한 개인사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일보 2월28일자 6면>

롯데쇼핑은 1월 말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천점 영업종료를 결정했다. 인천점은 최근 개장한 인천터미널점 인근에 위치해 매출이 급감하고 부지도 5월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브랜드 본사와 매장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한 결과 영업 종료를 원하는 의견이 많았고, 백화점 매장 개편 시기인 만큼 개인사업자들이 타 지점에 수월하게 입점하도록 돕고자 이같이 결정했다는 게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개인사업자들은 롯데쇼핑 측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1층 한 가방 브랜드 매장 매니저 B씨는 "본사와 얘기했다면 몰라도 우린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 한순간 백수가 되는데, 누가 영업을 관두고 싶겠나"라며 황당해했다. 3층의 또 다른 의류매장 매니저 C씨도 "일방적인 통보에 위로금이나 대안을 달랬더니 롯데 측은 '우리가 고용한 게 아니니 브랜드 본사와 얘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본사와 계약서상 개인사업자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매장이 없어지면 계약이 자동 해지된다. 누구 하나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개인사업자들은 갑작스러운 실직에도 실업 급여 등 생계 불안을 극복할 수단조차 없다. 매니저들은 중간 관리자로 불리는 개인사업자로, 백화점·마트·아울렛 등 특수상권에 점포를 냈으나 물품이 자기 소유가 아니라 본사에서 받아 판매하고 일부 수수료만 받는 계약 형태다. 고용 근로자가 아니기에 실업 급여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매장 중 브랜드 직영점으로 직접 고용돼 실업급여·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매니저도 있지만 소수다. 인천점에는 400여개의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었다.

다른 지점에 입점하기도 어렵다. 매장 개편 시즌이더라도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 구매·아울렛·쇼핑몰 등으로 바뀌어 백화점 업계가 난항을 겪으면서 당장 갈 곳 없다는 개인사업자가 본지 기자가 인터뷰한 9명 중 8명이나 됐다.

롯데쇼핑은 영업종료는 통보가 아닌 의견 수렴 결과라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브랜드 본사와 간담회도 진행했고 매장 관리자와도 회의 등을 통해 충분히 소통했다"며 "롯데 소속 인천점 직원들은 다른 지점으로 보내겠으나 매장 관리자는 저희 소속이 아닌 만큼 고용 문제를 책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