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시·동구, 창영초교~동인천역 북광장 시가행진
2일 계양구, 황어장터~귤현나루 '횃불 전국 릴레이'
이민사박물관 등서 독립운동 역사 되돌아볼 기회도
▲ 인천 동구가 창영초를 시작으로 동인천역 북광장까지 3·1절 기념 거리행진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 인천 창영초교 내 건립된 '인천공립보통학교 만세운동' 기념탑. /사진제공=인천시

 

▲ 강화3·1독립운동기념비. /사진제공=인천시


100년 전 그날 인천 계양구 장기동 황어장터는 민중의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오류리 심혁성 지사가 주도한 만세운동에 주민 600여명이 태극기를 품에서 꺼내들어 독립만세를 외쳤다. 일본 순사들은 칼을 휘둘렀다. 운동에 가담한 40여명은 일경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했고 일부는 옥고를 치렀지만 피 끓는 절규는 멈추지 않았다. 황어장터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는 인천지역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강서지방 항일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계양구는 이날을 기려 2004년 전시실과 기념탑, 연못과 황어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황어장터 3·1만세운동 기념관을 조성했다.

올해는 1919년 3·1운동 100년이 되는 해다. 같은 해 4월11일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00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3월24일 황어장터 만세운동처럼 당시 인천 곳곳에서 수많은 민중이 깃발을 흔들었다. 이번 3·1절, 목숨 바쳐 조국을 지켜낸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흔적을 좇아보는 건 어떨까.

그날의 흔적이 담긴 독립운동 유적지
동구에는 인천지역 3·1운동의 발상지인 인천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교)가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서울의 독립만세 시위에 동참해 100년 전 3월6일부터 동맹휴학을 벌이고 거리로 나가 독립만세를 외쳤다. 3월8일에는 가위로 학교 내 설치된 일본의 연락 보고용 전화선을 끊었다. 학생들의 결연한 의지를 계기로 독립선언서와 시위 참가를 호소하는 격문이 인천지역 곳곳에 뿌려졌고 만세운동이 인천 전역으로 번졌다. 학생과 서민, 종교인이 동참하면서 9일 기독교도와 청년 학생들이 만국공원에 모여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를 기념해 현 창영초교 내에는 1995년 3월6일 총동창회가 세운 '3·1독립만세운동 인천지역 발상지 기념비'가 건립돼 있다. 교내 옛 모습을 지닌 건물과 자료관에도 그날의 흔적이 묻어있다.

강화군에는 독립운동가 죽산 조봉암 선생의 비와 생가터가 있다. 1899년 강화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조봉암 선생은 잠두교회(현 강화중앙교회) 청년단의 중심이 돼 1919년 3월18일 강화 만세시위에 참가했고 주동자로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서 수개월간 복역했다.

같은 해 3월7일 펼쳐진 강화읍 3·1운동을 기리는 기념비도 있다. 당시 전국적인 3·1 독립만세 운동에 합류해 조국 광복을 쟁취하고자 강화군민 2만4000여명이 장날에 맞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강화군엔 이외에도 1990년대 건립돼 근대화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성공회강화성당, 기독교인들이 앞장서 민족·교육·계몽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강화중앙교회, 1946년 강화도를 방문해 지역 지인들과 기념촬영을 한 곳인 김구 방문 고택 등 독립운동 관련 인물과 장소가 많다.

각 군구에서 재현되는 100년 전 그날
인천 지자체들은 100년 전 독립운동을 재현하기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을 준비했다.

인천시는 3·1절 기념행사를 참관만 하던 기존 기념식에서 벗어나 시민 모두가 다 함께 그날의 숭고한 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동구와 공동으로 창영초교에서 개최한다.

특히 동인천역 북광장까지 만세운동 시가 행진을 진행하며 100년 전 그날을 재현한다. 일제 헌병과 독립열사로 분장한 연기자들이 실제 만세운동을 펼침으로써 시민들이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애국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가 행진이 끝나는 동인천역 북광장에서는 시민과 시민단체가 직접 기획하고 시민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통합의 장이 마련된다. 강강술래, 미래 100년의 희망을 담은 태극기풍선 날리기, 일제 감옥과 고문기구 체험 및 화합과 통일의 비빔밥 만들기 등 체험마당이 시민 주도로 마련된다.

계양구는 1일 기념식에 이어 2일 황어장터에서 아라뱃길 귤현나루까지 '제1회 황어장터 만세운동 횃불행진'을 진행한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의 횃불 전국 릴레이'와 연계해 실시하는 행사로, 황어장터 만세운동을 재현하고자 당시 운동 참여자 유족과 보훈단체, 주민단체, 학생, 시민 등 600여명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두루마기와 치마저고리 복장으로 황어로를 행진한다.

김구 선생이 투옥됐던 인천 중구 신포로 일대에는 백범을 기리는 청년 김창수(백범 김구) 역사거리가 마련된다. 중구는 시민들이 김구 선생의 인천감리서 투옥, 탈옥 그리고 재투옥까지 행적을 밟아볼 수 있도록 인도를 정비하고 계단 및 담장을 이용한 벽화 등을 조성한다.

특별전부터 북콘서트, 음악극까지
역사지나 행사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전시와 영화, 연극을 통해 그날의 현장을 느껴볼 수도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연말까지 해외 한인 독립운동 특별전을 개최한다. 박물관 앞마당도 3·1운동 기념 마당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이민 역사의 상징물을 체험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인천에서 하와이, 멕시코, 쿠바 등 해외로 이주해 활발하게 일제에 대항했던 그들의 독립운동사를 통해 인천의 위상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예정이다.

인천문화재단은 3월22일 한국근대문학관에서 '3월 1일의 밤' 저자인 권보드래 작가 초청 북콘서트를 열고 연말까지 3·1운동과 관련한 희귀 문학 자료를 전시한다. 인천개항박물관은 5월 말까지 김구 선생의 인천항 노역 생활 및 인천 감리서 관리 자료 등 그의 발자취를 볼 수 있는 기획전을 열며, 검단도서관은 3월 말까지 독립운동 관련 위인전을 전시한다.

연극·영화를 선호하는 시민을 위한 행사도 많다. 인천시립예술단은 문화예술회관에서 3월1~3일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을 선보인다. 그동안 가려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 특히 유관순 열사의 스승이자 독립운동가인 김란사의 극적인 삶을 조명하는 음악극이다.

이밖에 영화공간주안에 가면 3·1절 하루 동안 삼일절 기념 영화를 볼 수 있고, 송도 트라이볼에서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항일운동과 관련된 가곡, 헝가리 무곡 등 민족주의 색채를 띤 곡들로 구성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