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판 알렉산더 지음, 노태복 옮김, 부키, 1만1000원

"그것은 직관에 의해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그 직관을 부추긴 것은 음악이었다. 나의 발견은 음악적 통찰의 결과였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물리학자이자 재즈 음악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주의 음악' 또는 '음악적 우주(Musical Cosmos)'에 관한 탐색을 시도한다. 음악과 우주 사이의 관련성을 간파한 위대한 인물들, 즉 피타고라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 등의 발자취를 좇아 음악과 물리학의 보편적인 관련성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피타고라스 등의 옛사람들이 소리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들의 사상과 실천이 케플러와 뉴턴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노력을 거치면서 어떻게 끈과 파동의 역학에 대한 현재의 지식을 낳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유비(類比)'를 귀하게 여긴다. 나의 가장 믿음직한 스승인 이 유비는 자연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기에, 기하학에서 결코 유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요하네스 케플러)

이 우주론적 여정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함께한다. 평생에 걸쳐 재즈와 우주론 사이의 '이종동형(異種同形·Isomorphism)'을 찾으려고 애쓴 이 이야기에는 뉴욕 브롱크스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어린 시절부터 끈 이론의 성지인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는 과정까지 두루 담겨 있다.

색소폰을 불고 방정식을 계산하고 즉흥연주를 하면서 저자는 소리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파동과 그것들의 관련성을 파헤쳤다. 물리학과 음악이라는 두 분야를 '유비'라는 개념으로 연결함으로써 우리는 소리를 통해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다.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존 콜트레인은 우주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악기를 음악과 우주 사이 새로운 관련성을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물리학자들이 실험 기기를 쓰는 것과 매우 흡사했다. 콜트레인이 녹음한 앨범 '인터스텔라 스페이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팽창하는 우주 가설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그는 음악으로 물리학을 연주했으며 놀랍게도 우주의 팽창이 일종의 반중력임을 간파했다.

이책의 저자 스테판 알렉산더는 콜트레인과 유사한 작업에 나섰다. 음악을 매개로 여행을 하며 우주의 구조를 밝혀내는 일에 음악적 속성이 있음을 알려 준다. 화음, 대칭, 불안정, 즉흥연주의 빈틈 등 모든 음악적 속성이 함께 어우러져 우주적 구조가 유지된다. 우주를 파헤치는 일은 마치 콜트레인의 솔로 작품을 파헤치는 일과 비슷하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