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승철 논설실장
▲ 여승철 논설실장

“그림엽서는 우리를 근대로 이끄는 타임머신이다. 문자보다 객관성이 높고 그림엽서만큼 생생하고 다양하게 근대를 기록한 자료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 21일 인천 신포동에 있는 예술공간 '떼아뜨르 다락 한옹사랑방'에서 최근 출간한 <건축가의 엽서> 저자 손장원 교수가 북 콘서트 '네모 속 시간여행'을 가졌다.

손 교수는 이날 1930년대 조선 최고의 서양요리점으로 이름을 날린 '토요켄(東洋軒)'이라는 지표건물을 통해 '인천궁정(仁川宮町) 공원통(公園通)' 글자가 전부인 엽서 한장의 정체를 밝혀낸 과정을 소개했다.

“그림엽서 속 유사한 이미지와 유사한 자료에서 잘려나간 장면을 찾아 씨줄과 날줄을 엮고, 지도, 문헌, 신문기사를 검색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갔다. 사진 속 공간과 현재의 공간을 일치시키기 위해 답사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무심코 걷던 거리에는 어떤 이의 희열과 눈물이 배어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1924년 인천우체국과 인천항 부두에 있던 공중전화부스 사진엽서의 정체를 통해 백범 김구선생 사형집행 전 고종이 특별사면 전화를 했는지 전보를 쳤는지에 대한 논란의 해결 실마리도 제시한다.

사진 속 건물 뒤편에 흐르는 능선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어 확인하게 된 인천향교 서재와 내삼문 앞에서 촬영한 '조선풍속 학생과 교사'라는 엽서는 오랜기간 근대 건축을 연구해온 저자의 식견과 안목이 없었으면 '그냥 지나칠'뻔한 엽서였다.

또 일제강점기 유소년야구 경기장면을 담은 유일한 사진엽서는 선수들의 복장으로 조선팀이 수비, 일본팀이 공격이라는 사실도 읽어낸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한옹사랑방'이 고 신태범 박사의 '신외과 수술실'자리였고, 1988년 6월24~30일 인천시 공보관 전시실에서 '옛 사진엽서를 통해 본 개화기 인천 모습과 우리의 풍습'이라는 엽서전시회가 열렸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봉투없이 글을 써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안된 네모 모양의 굵은 종잇조각'인 엽서는 '오래된 SNS'다.

작은 엽서 한장에 담긴 그림이나 사진으로 그린이나 찍은 이의 심정을 읽을 수 있고, 인물이나 풍경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알리고, 전해졌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SNS 역할을 하고 있다.

손 교수는 1870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그림엽서는 단순한 우편물이 아니고 귀족이나 지배계급의 전유물이던 '예술'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고 교감하는 '문화'로 이행하며 '근대문화의 서막을 열었다'고 정의한다.

한 세기전 오프라인의 엽서와 오늘날 온라인의 SNS는 근대를 넘어 현대와 미래를 이어주고 있다. 그런면에서 추사 김정희가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세한도(歲寒圖)' 역시 그림과 구절, 인장이 어우러진 오래된 그림엽서요 오래된 SNS다.

/여승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