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리여석. 국내 최초를 넘어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드문 기타오케스트라를 1971년부터 이끌어온 단장 겸 지휘자. 중학생 때 기타와 처음 마주한 뒤 대학 때 홀로 독파한다. 1967년 부평여중 국어교사로 부임해서 창단한 기타합주단이 기타오케스트라로 이어지면서 국내외에서 200회가 넘는 크고 작은 연주회를 가졌다.

베토벤 서곡, 모차르트 세레나데 등 클래식부터 팝송·대중가요까지 리여석 선생이 기타오케스트라를 위해 새로 편곡한 작품만 600곡이 넘는다. 세키야 세이지 전 일본 큐슈음악가협회장은 “한국에 살면서 이들의 연주를 한 번이라도 듣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리여석은 스스로를 '인천 바보'라 부른다. 1940년 부천에서 태어났지만, 인천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인천 송림동으로 이사한 뒤, 지금까지 살고 있다. 리여석은 “많은 문화인들이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나는 인천의 공기와 땅을 버릴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의 영원한 음악동지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조예진씨는 “지금도 기타를 만나면 날아다닌다”고 리여석을 말한다.

기타리스트 박규희. 인천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최고의 기타리스트다. 세 살때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리여석음악학원'의 문을 두드린 뒤 10년 넘게 리여석을 사사(師事)했다. 일본 도쿄음대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했다. 빈국립음대의 알바로 피에리 교수는 “그녀가 연주하면 손가락을 통해 소통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극찬했다.

박규희는 벨기에 프렝탕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최초의 여성, 최초의 아시아인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고 스페인 알함브라 국제콩쿠르에서는 1위와 청중상을 수상하는 등 권위있는 국제콩쿠르에서 아홉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10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미국 데뷔 무대를 가졌고, 마에스트로 세이지 오자와가 이끄는 오페라 프로젝트, 도쿄 메트로폴리탄 교향악단 협연, 유리 바쉬멧이 지휘하는 모스크바 앙상블과 협연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인정받고 있다.

박규희가 오는 22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리사이틀 '아마빌레(Amabile)'를 갖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근대 클래식기타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외에 그라나도스의 '시적 왈츠',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 등 기타 명곡을 들려준다.

조예진 씨는 “요즘도 기회 있을 때마다 리여석 선생을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일본의 코로나 상황 악화로 돌아가지 못해 2월말까지 인천에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여러 줄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현악기', '인간과 소통하는 최고의 악기'라는 기타로 맺어진 리여석과 박규희의 듀오 공연을 기다려본다. 세대를 넘나드는 천상의 선율을 선사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승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