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경비실 앞으로 걸어나가 … "근무태만 심각, 보안 전반 뜯어고쳐야"

인천항은 골키퍼 없는 골대나 다름없었다. 인천항에서 불과 6일 만에 밀입국 사고가 또 터졌다. 이번에도 밀입국자는 부두 정문으로 당당히 걸어 나갔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황당한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항만보안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일보 10월26일자 6면>

29일 인천항만공사(IPA)와 인천항보안공사(IPS)에 따르면 28일 오전 5시2분 인천 북항 현대제철 부두에서 베트남 선원 A(24)씨가 벨리즈 국적의 선박 JIGUI호에서 내려 부두 정문으로 걸어 나가는 보안사고가 발생했다.

IPS는 현대제철 부두에 4조3교대 인력 12명을 투입하고 있다. A씨가 걸어 나온 부두 정문에는 경비실이 있었고, 경비인력도 1명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가 사라졌다는 걸 안 시점은 이날 오후가 지나서였다. A씨가 타고 온 선박의 선장이 직접 신고하고 나서야 폐쇄회로화면(CCTV)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CCTV에는 A씨가 조용히 부두 정문을 빠져 나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을 조사한 한 관계자는 "A씨가 자연스럽게 걸어 나가더라"라며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가는데 도대체 경비실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상황 오인도 아니고 근무태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A씨를 뒤쫓고 있다.

IPA와 IPS는 22일 동방부두에서 발생한 중국인 선원 밀입국 사고에 이어 연달아 터지는 보안사고에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사고에 앞으로 나올 대책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에도 연달아 세 차례에 걸친 밀입국 사고가 터지자,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나서 대책을 주문했으나 변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밀입국자들이 담을 뛰어 넘거나 울타리를 훼손하는 수법을 썼다면, 최근에는 아무 수법도 쓰지 않고 정문으로 걸어 나갔다는 점 때문에 IPA와 IPS의 보안의식이 바닥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항만업계 관계자는 "그냥 걸어 나오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라며 "인천항 보안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사례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