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추모행사 열리던 날
교사·전교생 노란리본 배지
목멘 낭독에 곳곳 울음소리
종이비행기 날리며 마무리
▲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에서 재학생들이 하늘로 간 선배들을 기리기 위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 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네가 없던 긴 시간 동안 나는 언니의 언니가 되어버렸다."

16일 오전 10시쯤 안산 단원고 정문을 지나 언덕을 오르니, 본관 건물이 보였다.

건물로 들어서자 추모행사를 위해 리허설 중인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이날 단원고에서는 '다시 봄, 기억을 품다'를 주제로 전교생이 모여 제4주기 세월호 추모행사를 열었다.

600여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은 입고 있는 조끼마다 노란리본 배지(badge)를 달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본관 건물 4층에 위치한 강당, 단원관에 모이기 시작했다.

강당 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기억영상상영회'에 출품됐던 뮤직비디오 '별들에게 바치는 노래'(파주한빛고 슬레이트·뮤지컬연극부)가 상영되고 있었다.

강당 내 마련된 파란색 의자에는 각각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놓여 있었다.

이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로 떠나보낸 선배와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편지를 낭독했다.

단원고 2학년 여학생은 "그 당시 선배들과 같은 나이가 되어보니, 한껏 미래를 위해 기대하고 노력하며 고등학교 추억을 쌓으러 (수학여행을)가셨을 선배들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면서 "선생님들이 근무하셨던 교무실, 선배들이 걸어 다닌 언덕 길, 계단, 교실을 다니면서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그 날의 아픔이 다시 느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의 희생이 절대로 잊히지 않도록 끝없이 노력해 대신 꿈을 이뤄나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로 친오빠를 잃은 한 재학생의 편지는 다른 여학생이 대신 낭독했다.

이 학생은 "15살이었던 나도 어느덧 19살이 됐다"면서 "오빠의 20대 모습은 어땠을까 4년이 지난 지금도 오빠 방은 전부 그대로인데 왜 오빠만 없는 걸까. 오빠가 어떤 목소리였는지 키가 어느 정도였는지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볼 수 없다면 기억에라도 담아두고 싶은데 자꾸만 희미해져 가 무섭다. 그러니 꿈에라도 나와 달라"고 하늘의 별이 된 오빠에게 전했다.

추모편지를 읽어 내려갈수록 강당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단원고 총동문회장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있지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기댈 곳이 없어 앞만 보고 가는 것인지 자신이 없다"면서 "선생님들이 주신 가르침이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다"며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편지낭독이 끝나고 빔프로젝터로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뉴스가 상영된 뒤, 30여명의 학생들이 추모곡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합창이 이어지자, 추모 분위기가 더욱 숙연해졌다.

전교생은 각자 자신이 쓴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공중에 날리는 것을 끝으로 추모행사를 마쳤다.

단원고 교장은 "세월호는 단원고의 역사가 돼 버린 슬픈 참사다.

학생들이 아픔에, 슬픔에 묶여있기보다 선배들이 못다 이룬 꿈과 희망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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