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원색비난 51% 최다...허위 사실 글 56건 '적은 편'
사실적시 사례도 일부 포함'
▲ 최근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 댓글 삭제에 누리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2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 선관위 로비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하루에 수십만 개의 글이 올라오는 인터넷 시대에 글 하나와 댓글 하나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순 있다.

하지만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가 4·13 총선을 앞두고 삭제 요청한 글 가운데 몇몇을 살펴보면 '과연 삭제하는 게 맞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글 삭제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단속을 자제하고, 관련 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실만 적었는데도 '비방죄'를 씌워 삭제하는 사례도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삭제 사유, '비방'이 가장 많아


선관위 삭제글 1031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삭제사유는 '비방'이었다. 527건으로 51.1%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포털뉴스 댓글을 통해 총선 후보자의 행보가 소개되면, 이를 원색적인 단어로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삭제 댓글의 상당수는 핫바지, 내시, 권력의 시녀, X개와 같은 욕설로 채워져 있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이 많았지만, '별 X들만 나오는구먼(3월14일·다음뉴스)'과 같이 정치인을 뭉뚱그려 모두 비방한 사례도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A지역은 답이 없다(3월15일·다음뉴스)'처럼 특정지역을 비하하는 글도 삭제 대상에 올랐다.

비방보다는 사실을 적은 내용도 삭제됐다. '백령도 북한 도발 당시 중국으로 피난 간 B후보(3월10일·트위터)'는 욕설이나 비하 단어가 없었어도 삭제 대상이었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 손지원 변호사는 "사실을 적시한 사례에 명예훼손죄를 묻거나 형사 처벌하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라며 "모든 비방이 옳진 않지만 공인에 대한 정당한 관심 표명은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공표 많고 허위 적은편

여론조사 공표를 이유로 삭제한 글 298건은 대부분 '단순 인용' 때문에 삭제 대상에 올랐다. 출처, 공표일자 등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도 이에 대해선 공직선거법상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경우는 공직자·언론인·특정 단체 대표 등 선거운동 할 수 없는 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비판한 사례였다. 총 70건이 삭제됐다.

지역의 한 통장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 수십 건을 올렸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언론사 기자가 쓴 소리를 담은 글을 올렸다가 삭제 당했다.

허위사실을 적어 삭제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총 56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45건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후보가 선관위가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던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사례였다.

선관위는 단순한 실수도 잘못 적은 글도 삭제했다. 5선의 황우여 전 의원을 7선으로 표기한 사례(2월2일·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특정 후보를 전 국정원 간부로 지칭한 경우(3월2일·트위터)도 있었다.

[서비스 제공자에 요청하면 대부분 바로 지워]


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 글을 삭제하는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법에 위반되는 정보가 인터넷에 게시될 경우, 선관위가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글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 법인들은 대부분 이의제기 없이 선관위의 요청에 따른다. 상황에 따라 글을 게시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삭제를 요청하기도 한다.

선관위가 왜 글을 지울까.

선관위는 자칫 잘못된 정보나 허위 사실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글 삭제는 빠르면 하루 안에 이뤄진다.

국내법인과 달리 해외법인은 글 삭제가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해외법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국내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협약같은 형태로 협조를 구하거나, 개인 SNS에 삭제요청 쪽지를 보내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


관련기사
총선 댓글 1031개 사라져 … '표현의 자유' 논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작성된 4·13 총선 관련 인터넷 글 1031개가 사라졌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삭제 요청한 글들이다. 글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후보자 비방을 넘어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거나, 개인 의견을 제시한 글들도 상당수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 대상 중에서 잘못된 정보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글은 소수에 불과했다. 학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사례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2일 인천일보는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의 정보공개요청에 따른 ... 윤상현 의원 댓글 가장 많이 삭제 '막말 녹취록 파문' 영향 때문인듯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1~4월 삭제한 인터넷 글 1031건 중 새누리당 윤상현(남을) 의원과 관련된 글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기간 불거진 '막말 녹취록 파문'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는 다음뉴스와 페이스북 글이 선관위에 적발돼 많이 지워졌다. 24일 인천일보가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의 정보공개요청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자료를 입수해 조사한 결과, 윤 의원이 언급된 글은 총 493건이었다. 대부분 윤 의원을 심한 욕설을 담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 의원 비방글은 3...